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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조용한 선거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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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매니페스토 운동과 정치선진화'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우리 민주주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이 시작됐다."

5.31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매니페스토(Manifesto.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을, 전문가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매니페스토 운동과 정치 선진화' 포럼의 참가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을 한국 선거문화 혁신의 새 희망으로 꼽았다. 포럼은 한국학술연구원(원장 김명회)과 한국선거학회(회장 어수영)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중앙선관위가 후원했다.

◆ "유권자가 주인으로"=국회도서관 이현출 박사는 "매니페스토의 도입으로 후보자 간 정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는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에 의지하고, 정치인은 모호한 장밋빛 공약 나열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기존 선거문화를 바꾸는 도구"로 매니페스토가 작용했다고 했다. 중앙선관위의 조사 결과도 유권자들의 변화 모습을 보여준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보고 선택한다는 유권자가 2002년 지방선거 때 전체의 13.9%에서, 2006년 23.7%로 크게 증가했다.

이 박사는 또 "공약 작성 단계에서 추진된 선관위와 중앙일보의 '공약은행'은 유권자 참여의 신기원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배제대 김욱(정치학) 교수는 "한국에서 매니페스토는 선거문화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 성격으로 출발했다"며 "각 정당들이 사회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집약하고 통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명대 김미경(행정학) 교수도 "매니페스토가 종래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상호 비방이나 부패 등과는 차별화된 선거 문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중앙일보 전영기 정치부문 기자는 "매니페스토는 우리나라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와 시민단체가 충돌하지 않고 서로 협력한 첫 사례"라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알릴 수단 늘려야"=김미경 교수는 "아직도 매니페스토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가 부족하다"며 "가능한 한 유권자들이 알기 쉽게, 실현 전망이 있는 내용으로 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할 때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객관화된 평가틀이 완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박사는 "선거법을 개정해 매니페스토 정책공약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매니페스토란=후보자는 목표.우선순위.절차.기한.재원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자는 운동. 영국과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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