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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꿕 한꿕!" 박항서 열풍에 현지 한국인도 연예인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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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열풍으로 뜨거운 베트남 호치민 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독자 조하늬씨 제공]

박항서 열풍으로 뜨거운 베트남 호치민 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독자 조하늬씨 제공]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조하늬(29ㆍ여)씨는 아세안 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있던 15일 뜻밖의 경험을 했다.
베트남이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으로 꺾고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차지한 이 날, 조씨는 호찌민 길거리를 걷다 베트남 국기를 들고 있는 현지인들과 마주쳤다. 조씨가 한국인임을 알아챈 베트남인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거리에서 조씨를 향해 박수 세례와 큰 환호를 보냈다.
조 씨는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인들에 대한 호감도도 좋아져서 인기를 나눠서 실감하고 있다”며 “한국인을 바로 알아보고 ‘한꿕 한꿕(한국을 뜻하는 베트남어)’ 외치며 좋아 해준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의류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또 람 탄쭉(25ㆍ여)은 박 감독이 베트남에 온 후부터 축구 팬이 됐다. “과거의 베트남 축구는 실망스러웠지만 박 감독이 온 후로부터 베트남인들이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며 “박 감독은 지금 베트남에서 그 누구보다 유명한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람은 한국에 본사를 둔 한국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는 “박 감독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기 때문에 친구들이 사이에서 한국 기업을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의 얼굴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뒷통수에 새기고 거리에서 응원을 한 베트남 남성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박항서 감독의 얼굴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뒷통수에 새기고 거리에서 응원을 한 베트남 남성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베트남 주재원들에 따르면 결승전 당일, 호찌민 중심가 응웬후에 거리에는 수만 명이 모여 대규모 거리응원전을 벌였다. 거리는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거리에 나온 이들은 박 감독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는 등 경쟁적으로 박 감독 흉내를 내기도 했다. 박 감독의 얼굴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뒤통수에 새기고 거리에서 응원한 남성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사람들은 밤새 거리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베트남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한국정보’를 운영하는 코린트는 명동에 있는 라운지에서 주한 베트남인들을 위한 스즈키컵 결승 응원전 이벤트를 열었다. 유학생ㆍ여행객 등 2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박항서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 관람했다. [베트남 커뮤니티 한국정보 제공]

베트남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한국정보’를 운영하는 코린트는 명동에 있는 라운지에서 주한 베트남인들을 위한 스즈키컵 결승 응원전 이벤트를 열었다. 유학생ㆍ여행객 등 2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박항서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 관람했다. [베트남 커뮤니티 한국정보 제공]

지난 15일 명동에 있는 한국정보 라운지에서 베트남 유학생ㆍ여행객 등 2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함께 박항서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 관람했다. [베트남 커뮤니티 한국정보 제공]

지난 15일 명동에 있는 한국정보 라운지에서 베트남 유학생ㆍ여행객 등 2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함께 박항서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 관람했다. [베트남 커뮤니티 한국정보 제공]

한국에 있는 베트남인들도 모여 열기를 함께 즐겼다.
베트남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한국정보’를 운영하는 코린트는 서울 명동에 있는 라운지에서 주한 베트남인들을 위한 스즈키컵 결승 응원전 이벤트를 열었다. 유학생ㆍ여행객 등 20여명의 베트남인은 함께 '박항서 화이팅'을 외치며 경기를 관람했다. 서울에서뿐 아니라 수원·아산 등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도 명동으로 와 함께 참여했다. 김지엽 코린트 대표는 “한국에 있는 현지인들이 함께하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어 당일날 급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이들이 신청했다”며 “베트남 사람들이 박 감독에 열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인이 환영받듯이 한국에 있는 베트남인들도 이전보다 한국인들과 더 친밀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10년째 유학 중인 베트남인 우영옥(32)씨는 “요즘 베트남인이라고 소개하면 어디를 가도 한국분들이 다들 반갑게 인사해준다”며 “박 감독이라는 공통화제가 생긴 계기로 이전보다 두 나라의 친밀도가 높아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호치민 거리 곳곳에서 거리 응원전이 벌어졌다. [독자 조하늬씨 제공]

지난 14일 호치민 거리 곳곳에서 거리 응원전이 벌어졌다. [독자 조하늬씨 제공]

박항서 매직은 경제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호찌민 중심가에는 어딜 가도 박항서 감독의 얼굴 사진이 대형 광고판에 도배 돼 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호찌민 비보시티에서 코트라가 연 한국 소비재 판촉전에는 총 1만5000명이 몰렸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장 판매액이 결승전 전날에는 1500만원 정도 했는데 박항서 감독이 우승한 다음 날 가장 많은 2500만원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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