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쓰레기 정책'… 다이옥신 수치 조작으로 불신 팽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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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 쓰레기 소각장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노원구 쓰레기 소각장(자원 회수 시설)의 다이옥신 수치 조작 사건으로 서울시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소각로 반입 처리비를 올려 다른 구청의 쓰레기까지 처리하도록 유도하려는 시의 조례 개정안도 해당 구청의 저항에 직면한 상태다.

◇주민 반발=지난 19일부터 다이옥신 파문으로 쓰레기 반입이 중단됐던 노원구 쓰레기 소각장은 24일 새벽부터 다시 쓰레기를 받았다. 다이옥신 배출검사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다.

정재선 주민협의체 위원은 "잘 사용하지 않던 2호기의 연구용 측정치를 조작, 공개하는 바람에 우리 동네가 마치 엄청난 혐오 지역이라도 되는 것처럼 알려져 재산권 피해가 심각하다"며 "공신력있는 기관 여러 곳에 검사를 의뢰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다이옥신 측정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나올 경우 소각장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협의체 의장을 역임한 이남석 노원구의회 의원은 "쓰레기 악취에 시달리는 인근 6천여가구 주민들의 고통을 아느냐"며 "서울시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소각로를 지나치게 크게 지어놓고 이제와서 이웃 자치구의 쓰레기 반입을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나진구 감사관은 "노원 소각장 위탁운영업체로부터 다이옥신 수치 조작 책임을 물어 현장 소장을 해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물의를 일으킨 관계공무원은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구청 반발=서울시는 연간 20~3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자원 회수 시설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자원 회수 시설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해당 자치구가 시에 내는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가동률이 낮을수록 비싸게 받고, 소각장 주변 지역 주민 난방비 지원금은 가동률이 높을수록 많이 준다는 내용이다.

이럴 경우 현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같은 수준인 자치구 부담 쓰레기 소각장의 반입 수수료(t당 1만6천3백20원)는 이웃 자치구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 현재라면 실제 처리 원가인 6만원대로 올라 주민 부담이 세배 이상 늘어난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들은 "서울시가 운영 적자를 구청에 떠넘기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청의 경우 "소각장을 건설할 당시 다른 자치구 쓰레기는 반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합의 내용에 반하는 조례를 시행할 경우 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는 아예 강남 소각장을 인수하겠다고 시에 제의했다. 전옥태 환경청소과장은 "시가 운영 적자 때문에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으라고 강요한다면 차라리 강남구가 인수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상열 청소과장은 "전체 시민을 위해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 쓰레기 소각은 늘리고 매립은 최소화한다는게 시의 기본 정책"이라며 "주민들이 지적한 문제들은 조례 심의과정에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형모.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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