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현대상선 유상증자 청약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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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그룹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1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14~15일 중 현대상선 유상증자 청약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주식 2750만주(26.68%)를 가진 중공업 그룹은 청약을 통해 신주 약 640만주를 1만4000원에 살 권리를 갖게 된다. 현대상선의 12일 종가는 2만2200원이다. 중공업 그룹 측은 "주주 이익을 고려해 순수 투자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현대상선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주가가 현재가를 유지하면 525억원의 차익을 보는데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일 중공업에 공문을 보내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면 보상을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며 "현대상선을 M&A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구주주보다 현대상선 우리사주에 더 많은 물량이 배정돼 중공업 그룹이 참여하더라도 지분율은 증자 전 26.68%에서 증자 후 25.48%로 떨어진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올 4월 말 외국 투자자에게서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집하며 "선박 제조사로서 주요 고객인 현대상선이 외국 자본에 M&A 당할 우려가 있어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백기사라면 지분 10%를 즉시 되팔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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