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의 동질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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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7월로 예정된 평양 세계 청년축전에서 인권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켜 논의하자는 움직임이 스칸디나비아 대표단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덴마크 대표단은 자기들이 목격하는 모든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하는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축전 준비회의에 참석 중인「소렌·브로스트롬」대표가 밝혔고 스웨덴의「엔더스·존즌」대표도 북한·남아공·루마니아 및 이란의 인권 사태를 거론하게 되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1백50개국으로부터 2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이게 될 이번 축제의 주최측 취지가 종합화와 민족적 자주, 사회적 진보와 새로운 건설을 위한 투쟁을 고무한다』는 것이므로 그런 노력의 바탕이 되는 인권문제가 의제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동서, 남북한간에 대화가 이루어질 때 공산진영은 늘 인권문제는 자기들 사회 안에서는 존재조차 않는 것으로 강변하면서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만의 속성인양 억지를 써왔다.
그러나 헬싱키 조약을 통해 인권문제를 체제와 관계없이 다같이 존중해야할 가치로 인정했고, 소련에서는「고르바초프」공산당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운동을 계기로 자신들이 주장해 온 공산주의 진영의 도덕적 무 오류성이 허구였음을 자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북한 사회의 극단적 폐쇄성 때문에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인권침해 사례는 단편적으로 밖에 외부 세계에 드러난 것이 없다. 67년부터 74년 사이 북한의 홍보요원으로 발탁되었던 베네수엘라 태생의 시인「알리·라메다」가 간첩혐의로 기소되어 겪은 고초와 그가 구금된 상태에서 목격한 정치범들에 대한 고문행위는 구체적 자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84년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낸 보고서는『북한에서 고문이 널리 자행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고, 또 다른 미 인권단체에서 88년에 발표한 한 보고서는 첩보위성 사진 및 귀순 북한 인사의 증언을 토대로 15만명 이상이 수용된 정치범 수용소가 북한에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단편적 인권 침해 사례보다는 북한이 40여년 동안 한사람의 이탈 분자도 용납하지 않는 유일 체제를 유지해 온 사실 자체에서 광범한 인권 침해사례가 자행되어 왔음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간에 앞으로 민족 공동체임을 전제로 한 접근을 성사시키고 통일 과업을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사례가 남한에서와 같이 밝혀지고 시정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 사회의 동질성이 높은 차원의 도덕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믿는다.
통일을 문익환 목사가 말한 것과 같은「모든 통일은 선」이란 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평양 축전에서 서방측 대표들이 제기할 인권문제가 맹목적 독선 속에서 굳어져 온 북한사회에 신선한 자기 반성의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개혁의 수준이 북한 사회에서도 추구해야할 최소한의 가치라고 믿는다. 통일은 지금까지 남북을 갈라놓은 체제상의 이질성이 어느 정도 극복되어야 가능한데 인간이 향유해야할 기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가치관이 동질성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야말로 그런 노력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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