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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떠난 들녁을 지킨다 |90대 농부 강창용 옹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결혼 80주년을 맞는 망백의 부부가 60대의 건강으로 농사를 짓는다. 아마도 국내 최고령 농부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고암리 역치마을 강창용(92)·박씨 할머니 (95) 부부.
작은 체구에 아직도 돋보기 없이 신문을 읽고 나무 짐도 거뜬히 져 60대처럼 보이는 강 옹은 언제 보아도 머리를 곱게 빗고 단정한 몸매의 할멈이 80년 전 시집올 때나 다름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고 활짝 웃는다.
이들 노부부가 만난 것은 일제하의 1909년. 강 옹은 13세이었고 박씨 할머니는 3살 위인 16세이었다.
3대째 고암리 에서 살아온 농부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강옹은 같은 마을에 살던 박씨 할머니와 중매결혼을 했다.
논 1천 평을 부모한테 물려받은 강씨 부부는 근검으로 살림을 늘러 결혼 7년만에 3천 평의 전답을 가진 중농이 됐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어 고등학교를 마친 장남 유태씨(60)는 서울 모 앨범회사 간부로 있고, 차남 동주씨(42)는 신학대학을 나와 경기도 부천에서 목사로 있다.
현재 고암리 에는 맏며느리 이 항이씨 (56) 가 강옹 부부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살며 매년 2번 강 옹과 박 할머니의 생일날엔 증손자까지 15명의 식구가 다 모인다.
동네에서 효부로 소문난 이씨는 『부모님 생일날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온 식구가 모여 잔치를 벌인지가 30년이 된다』고 말했다.
며느리 이씨는 시집 온지30년이 넘도록 시부모님이 다투는 적을 한번도 못 봤을 만큼 금슬이 좋고, 시어머니가 20년 전 잠깐 맹장염으로 고생한 것 외는 감기한번 앓은 적이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노부부의 일과는 아침6시 일어나 할머니는 청소 일을 하고 할아버지는 돼지죽을 끓여준 후 낮이면 산에 가 나무를 한 짐씩 해 지고 온다.
농사철에 밭일은 할머니가 주로 하고, 논일은 할아버지가 해낼 정도로 기력이 좋다.
강 옹은 올 10월 결혼80주년을 맞아 이름이 없이 「박씨 할머니」로만 불러온 할머니에게 진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홍성=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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