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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씻고 「노체제」점차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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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평연기이후 정호용 의원 등 5공 핵심인사처리 문제, 민병돈 육사교장 파문 등으로 후유증을 앓던 노태우 대통령 체제가 다소안정세를 굳혀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난기류에 휩싸여 여권이 흔들리자 노 대통령은 직접 수습에 나서 6공 권부의 이곳저곳을 바짝 챙겼으며 이는 자연스레 친정체제의 강화로 이어지는 모습.
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당정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여권결속을 역설했는데 「정의원 퇴진 불가」를 천명함으로써 내부 잡음을 없애고 △군수뇌부 개편 △친·인척단속으로 내부를 다지면서 파문을 최소한으로 진화.
여기에다 최근 문익환씨 입북과 현대중공업노사충돌 등은 공권력확립과 보수세력결집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여권의 사정은 강성분위기 가운데 잠정적 안정상태.

<노-정 회동 후 진화>
정 의원파동은 지난달 25일 노-정 청와대 오찬회동이후 수면 위의 격랑은 가라앉고 있다.
25일 회동은 오찬을 겸해 비밀리에 2시간 넘게 진행됐다는데 노 대통령은 정 의원의 「오해」를 풀어 주었고 「신변보장」을 약속해 정 의원은 이날이후 밝은 표정. 이로 인해 한때 소문으로 나돌았던 소속의원들간의 집단행동 설도 잠잠해졌다.
정 의원은 1일 지역구(대구서갑)에 내려가 그 동안 집단 상경항의 서명운동 등으로 자신을 밀어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지구당창당 1주년 기념대회 등을 통해 「건재」를 과시.
한 측근은 『정 의원이 청와대 면담이후 뭔가 확신을 가지게된 것 같다』며 『심상치 않던 대구분위기도 많이 진정된 상태』라고 소개.
그 동안 정 의원문제를 놓고 파열음을 빚었던 TK그룹도 지난 26일 경구회(민정당내 대구·경북출신 의원모임)단합대회를 통해 결속을 다졌다.
이날 모임은 25일 청와대 면담이 없었더라면 정호용 의원의 거취와 행동통일 등 집단행동으로 번져갈 가능성도 없지 않았는데 박준규 대표위원이 『정 의원이 대야협상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는 노 대통령의 뜻을 전함으로써 이들은 정 의원 문제를 「결론」이 난 것으로 수용하고 사퇴불가 건의로 일단락.
중평연기 대야협상의 공식창구인 까닭에 「정 의원 카드」를 협상한 것으로 알려진 김윤환 총무도 그후 기회 있을 때마다 「정 의원과의 40년 지기」임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무고」를 하소연해 왔는데 지난 30일 청와대당직자 회의에서도 노 대통령이 김 총무의 어려운 입장을 두둔해 주었다는 후문.
한편 경구회 모임에서는 정 의원과의 파워게임으로 구설수에까지 올랐던 박철언 청와대보좌관을 겨냥한 은근한 성토가 있었는데 박 보좌관은 시종 침묵을 지켰다는 것.
최근 여권 내에선 대통령에 대한 보필방식과 관련, 특히 박 보좌관이 주목을 받고있는데 정 의원 쪽에선 『사감으로 문제를 대해선 안 된다』 『박 보좌관에 대한 대통령신임은 각별하다』는 등 배려를 하는 인상을 보여 관심.

<친인척 나 선데 경고>
노 대통령의 체제결속노력은 군부개편과 친·인척단속이라는 두 가지 주요 움직임으로 보다 가시화.
민 교장파문으로 군수뇌 인사가 앞당겨졌는데 전두환계 군인으로 알려졌던 최평욱(16기)·김진영(17기) 중장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노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이진삼 중장(참모차장)과 조남풍 소장(보안사령관)이 각각 대장(군사령관)과 중장으로 승진돼 6공의 군부질서가 노 대통령 지원체제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당정개편 후 노 대통령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6공 정부』라고 했는데 군 인사를 계기로 명실공히 6공 체제가 완성됐다는 것.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군내영향력이 강화됨으로써 정호용 의원문제에 대한 강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돌고 있어 관심거리.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친·인척들의 장외활동 인 듯.
정 의원 퇴진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복동씨의 정치성 언행에 노 대통령은 대노했고 박세직 안기부장을 김씨에게 직접 보내 상당한 수준의 「경고」를 전달했다는 소문.
노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민감한 반응에 김씨 캠프는 요즈음 위축된 상태인데 김씨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에서 『정 의원을 겨냥한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명.
그러나 김씨 측근들은 『김씨가 노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우리정치풍토에서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김씨의 정치활동도 쉽게 기정 사실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 정계투신에 적극적.
김씨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견제」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의 다른 인척들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

<당분간 개편 없을 듯>
중평연기이후 여권의 분열상이 드러나자 당정개편설이 등장했으나 노대통령의 의사가 소극적으로 확인돼 당분간 인물교체는 없을 듯.
중평연기를 내부적으로 발표한 청와대당직자회의에서 박 대표는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당정개편을 건의했었고 내각의 강영훈 총리도「의례적」인 사의를 표했는데 문씨 입북의 책임에 따른 공안장관인책, 그리고 의보법·노동쟁의 조정법 거부권파동과 관련된 보사·노동장관 등이 대상에 올랐었는데 당정의 진용이 바뀐 지 3개월 여밖에 되지 않고 특히 당쪽에는 마땅한 대체인물이 없다는 사정이 고려돼 개편움직임은 후퇴.
따라서 당쪽에서는 『6월이나 9월중에 예정된 전당대회 이후까지 개편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으나 문씨 사태가 처리되고 국회의 5공 청산작업이 마무리되면 대폭수술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
특히 정 의원 문제 만해도 야당측이 「퇴진」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아 여야간 정국운영의 걸림돌로 남아있고 청와대참모들과 민정 당지도부는 정씨의 「명예퇴진」같은 형식의 해결방안을 아주 포기한 것도 아니어서「불씨」는 완전 소멸되지 않고 있는 셈. <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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