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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경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떤 사람이 신에게 호소했다. 『이 지상은 저에게 살만한 곳이 못되오니 아무쪼록 낙원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신은 멀리 푸르게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저 쭉 뻗은 능선이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신은 다시 3색 오랑캐꽃을 보이면서 그 벨벳과 같은 꽃잎과 절묘한 색채를 상찬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도 싫다고 했다.
신은 숲 속으로, 호수가로, 시냇가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집이 세고 교만한 자가 있다는 말인가, 개탄하면서 신은 지치지 않고 그를 다시 그랜드캐니언, 로키산맥, 히말라야산정, 양자강의 협곡, 나이애가라의 대비 폭으로 안내했다.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은 참다못해 『이 외람 되고 은혜를 모르는 녀석아! 실낙원으로나 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가 말하는 실낙원은 바로 도시의 아파트였다. 우리의 아파트 족들은 펄쩍 뛰겠지만 이것은 임어당의 책에 나오는 희화이니 안심해도 좋다.
임어당은 이 지상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증거를 열 가지나 꼽았다. 그것들은 대부분 자연에 관한 얘기지만, 특히 사계의 변화, 수목의 우람한 모습, 달이 바뀔 때마다 꽃도 바뀌어 피는 조화로움에 경탄하고 있다.
그는 또 자연의 경치, 소리, 향기, 맛 따위와 우리들의 시각, 청각, 취각, 미각들 사이엔 신비로운 교감작용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기쁨과 만족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자살하는 편이 낫다』고까지 그는 극언했다. 물론 이것은 한 문필가의 부질없는 자기도취에서 나온 얘기지만 우리는 요즘 자연의 경리를 여기저기서 가슴 벅차게 보고 있다.
아파트의 구석진 빈땅에서 어느 날 홀연히 피어난 목련하며, 그 탁한 공기 속에서도 잊지 않고 제 색깔을 드러낸 대로변 비탈길의 개나리하며, 죽은 듯 잠잠한 나뭇가지를 비집고 나오는 무수한 새싹들하며, 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놀라움과 생명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4월은 그런 새로운 생명들이 대합창을 시작하는 달이다. 다만 우리의 침울하고 답답한 시국만이 대자연 앞에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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