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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교육」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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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이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훈련이다. 대학이 일반적 생각의 틀을 전제로 해서 전문적 사고를 훈련하는 파정이라면 초·중등교육은 일반적·보편적 사고의 틀을 정립해주는 교육과정이다.
하나의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에서부터 한 사회가 이뤄지는 과정, 그리고 다른 사회와의 얽히고 설킴, 나아가 한나라와 다른 나라의 관계,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보고 들으며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살아갈 덕목과 이성을 깨우쳐 가는 이성적 「의식화」의 과정이 곧 교육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교육은 유치원 입학과 동시에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식 교육으로 치닫고만 있다. 생각의 틀, 생각할 겨를 마저 없이 대뜸 시작되는 외우기 방식은 그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적어도 12년간 계속된다. 의식의 진공상태, 생각하는 방식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학입학과 동시에 맞게 되는 반외세 자주 민중 혁명 논이라는 편향된 의식화 교육 앞에서 이들은 형편없이 무력화된다.
아무런 비판 없이, 아무런 대항논리 없이 그것이 곧 사물을 보는 눈이고 사고의 틀이라고 확정해 버리고 자신의 눈, 자신의 머리로 고정화시켜 버린다. 의식의 백치가 일순간 의식의 전사로 변신해 버릴 수 있다.
이 사회를 위협하고 이 사회를 폭력과 혁명의 소용놀이로 몰고 가려는 급진 좌경 혁명론자의 양산은 결국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쳐 주지 않은 우리 사회의 교육풍토에 있다.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질서의 개념,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인 이성의 논리를 가정과 학교에서 부단히 일상적으로 깨우쳐 줬다면 그들이 대학에서 아무리 신기하고 새로운 진보적 이론을 접한다해도 그렇게 쉽게, 그토록 지나치게 일순간 경도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 급진적 좌경논리가 고교생들에게까지 확산될 조짐이 일자문교부는 초·중·고에 통일안보 교육강화를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때늦고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는 이런 미봉책으로서는 앞으로 예상될 중등교육의 위기를 막을 수가 없다. 보다 근원적이고·심층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북한을 비판하고 적화통일에 대한 경계심을 가르치면서 통일에의 열망과 염원을 잃지 않게 한다는 것이 이번에 하달된 통일안보교육 3대 지침이다. 구호와 명분의 인상을 풍기는 이러한 대중적 반공교육은 우선 교사의 가르칠 의욕을 상실 케하고 성가신 잡무가 하나 더 늘었다는 푸념만 안겨줄 뿐이다. 학생으로서는 대학입시 예상출제문제가 하나 더 늘었다고 단순히 흘려 넘길 뿐일 터이다.
민중교육론의 기본 전제는 사회를 변혁의 대상으로 파악한다. 이 사회의 지배계급은 교육을 독점하고 교육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킴으로써 민중을 지배하는 국가기구로 사용한다고 본다. 노동자·농민으로 대표되는 민중은 반외세=반미, 자주 민족=주체적 통일 대열에 서서이 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대학생의 입주과외가 허용되고 한해에 30세 이하의 젊은 교사가 3만 명씩 늘어나는 오늘의 형편에서 좌경 의식화의 편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올바른 사고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고의 틀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임을 가정과 학교와 정부가 공통으로 인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암기식 교육에서 생각하는 교육에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교육변화가 시도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교사·학생간의 대화식·토론식의 이성적 사고의 훈련과정이 정규과목으로 편입되어야 할 것이다. 좌경 의식학교육 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성적 의식화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이뤄지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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