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시대적 흐름인 인권 개선 없인 대북 제재 안 풀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국과 유엔이 인권 및 종교 탄압을 이유로 북한을 갈수록 옥죄고 있다. 미 국무부는 어제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우려국이 되면 무역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이날 탈북민 4명을 ‘자의적 구금’의 피해자로 판정했다. 이 중 한 명은 성경을 갖고 있었다고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미 재무부가 북한 권력 2인자인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핵심 3명을 인권유린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 조치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쇄 정도로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미 정부 내의 복잡한 견제 장치에 따라 아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원해도 풀어야 할 족쇄가 여럿 있다. 북한은 이미 인권 및 종교 관련 법에 의한 제재에 걸려 있어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그러니 북한이 제재 완화 및 미국과의 국교 수립 등을 원한다면 하루빨리 인권 탄압은 멈추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도 “평화가 인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명분 아래 남북 교류에만 몰두하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선 북한 인권 문제는 잠시 눈감아도 된다는 논리는 이미 국제사회에선 통하지 않는다. 인권 탄압을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압박해야 이 문제가 개선된다는 게 미국의 흔들림 없는 정책 방향이다. 특히 지난달 미 중간선거에서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해 인권 개선 없는 제재 완화는 더 어려워졌다. 정부는 김정은 정권에 이런 시대적 흐름을 설명해 줘 가시적인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야말로 북한과 우리 정부가 함께 바라는 대북제재 완화의 지름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