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원전’ 때문에 일자리 잃는 사람들…책임은 누가 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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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원자력 발전 장비업체인 두산중공업의 김명우 사장이 취임 9개월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실적 부진과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 부담감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임원을 30% 줄였고, 직원 400여 명을 계열사로 내보냈다. 회사가 어려워진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급감한 탓이 컸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主)기기 생산업체다. 한국형 원전 모델을 개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기술 수준도 세계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의 일감은 2021년 완공 예정인 울산 신고리 5, 6호기를 마지막으로 끊어진다. 공사가 중단된 울진 신한울 3, 4호기에 기자재 비용 4930억원이 이미 들어갔지만, 제대로 보전받을지도 불투명하다.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창원 지역도 비상이다. 창원시의회는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데도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탈원전의 부작용은 비단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우리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이후 90여 개의 원전 핵심부품 공급업체가 40% 정도 인력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관련학과의 지원 학생이 줄고, 고급 전문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어렵게 축적해 놓은 연구·개발 역량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로 활로를 찾는다지만, 국내에서 외면 당하는 우리 원전을 외국에서 달가워할 리 없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원전을 확대 내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축소해야 한다’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런데도 탈원전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이념에 사로잡힌 정책으로 인한 국민과 기업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