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캐나다 구스가 기가 막혀'···멍 체포되자 주가 대폭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패딩. [중앙포토]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패딩. [중앙포토]

캐나다가 미국과 중국 간 고래 싸움에 낀 신세가 됐다. 캐나다 사법당국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데 분노한 중국인들이 캐나다 브랜드 불매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가 캐나다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을 억류하면서 중국과 캐나다 간 외교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화웨이 체포에 뿔난 중국 민심 #"캐나다 구스 불매" 주가 19% ↓ #중 패딩업체 보스덩 주가 13% ↑ #중, 캐나다 전직 외교관 억류 #미-중 싸움, 중-캐 갈등으로

캐나다 경찰은 미국 요청으로 멍 부회장을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며 이란과 거래하고 금융회사를 속였다는 혐의다. 캐나다 법원은 세 차례 보석 심리 끝에 12일 멍 부회장을 석방했지만, 중국 민심은 체포 자체가 근거 없다며 들끓고 있다.

파랑 선이 캐나다 구스 주가 추이, 흰선이 보스덩 주가 추이다. 멍완저후 화웨이 부회장 체포가 알려진 5일 이후 캐나다 구스 주가는 폭락하고, 보스덩 주가는 급등했다.

파랑 선이 캐나다 구스 주가 추이, 흰선이 보스덩 주가 추이다. 멍완저후 화웨이 부회장 체포가 알려진 5일 이후 캐나다 구스 주가는 폭락하고, 보스덩 주가는 급등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캐나다 기업은 럭셔리 패딩 전문업체 ‘캐나다 구스’다. 캐나다 구스는 멍 부회장 체포가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엿새 만에 주가가 19% 떨어졌다. 4일 68.38달러였던 캐나다 구스 주가는 11일 55.26달러로 폭락했다. 캐나다 구스는 1957년 토론토에서 창업한 패션 기업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타고 퍼져 나간 캐나다 브랜드 불매운동이 결정적 이유였다. 팔로워가 49만 명에 달하는 한 웨이보 사용자는 캐나다 브랜드 불매 운동을 촉구하는 글과 함께 캐나다 구스 패딩 사진을 올렸다. 그 밖에 다른 캐나다 브랜드 제보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멍 부회장 체포가 중국 내 캐나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 있는 퍼스트상하이증권의 라이너스 입 애널리스트는 “화웨이 체포 사건은 캐나다 구스 같은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 감정에 영향을 준다”며 “캐나다 구스 대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보스덩 같은 중국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27일 베이징 패션위크 기간 중 열린 중국 다운패딩 브랜드 보스덩 패션쇼. [신화=연합뉴스]

지난 10월 27일 베이징 패션위크 기간 중 열린 중국 다운패딩 브랜드 보스덩 패션쇼. [신화=연합뉴스]

보스덩(波司登)은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 패딩 전문업체다. 실제로 캐나다 구스 폭락의 반사 이익을 챙기고 있다. 보스덩 주가는 멍 부회장 체포 이후 급등했다. 5일부터 11일 사이에 12.5% 뛰었다. 11일 보스덩 주가는 1.62 홍콩달러로, 최근 5년 동안 최고가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홍콩 항셍지수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난 종목 중 하나다.

캐나다 구스가 중국인의 표적이 된 이유는 브랜드명에서 캐나다 출신이라는 게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한 요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셀러브리티가 캐나다 구스를 입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캐나다 구스 매장. [A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캐나다 구스 매장. [AP=연합뉴스]

중국 수요 증가에 힘입어 캐나다 구스는 올해 대대적인 중국 사업 확장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월 중국 직 진출을 선언했다. 올가을에 베이징과 홍콩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니 리스 캐나다 구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럭셔리 시장인 중국에서 캐나다 구스가 얻을 기회는 실로 거대하다”며 “최근 몇해 중국 소비자의 폭발적인 수요를 경험했으며, 중국 팬들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은 럭셔리 브랜드들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세계 명품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중국 시장을 잡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소비자와 정책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인 비하 광고로 논란이 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는 중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관련기사

지난 10월에는 중국 세관이 해외 명품 쇼핑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LVMH·까르띠에·에스티로더·시세이도·아모레퍼시픽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ㆍ화장품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