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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40년 이영훈 목사 “평양심장병원 내년에 완공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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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영훈 목사

이영훈 목사

“북미 정상회담이 타결될 경우 내년 9월까지 평양 심장전문병원을 완공할 계획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밝혀 #9년째 공사 중단, 260병상 규모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64) 담임목사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화두는 ‘통일’과 ‘경제’에 집중돼 있다”며 “둘 다 잘 안 풀리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이 없고, 대북 경제제제 속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지 않는 등 한반도의 분위기가 다시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평양심장병원 공사 재개를 앞두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승인했다. 이 목사는 민간 차원의 남북간 인도적 교류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뚫기를 희망했다.

최근 승인된 대북 인도적 지원이 뭔가.
“사단법인 겨레사랑(이사장 이영훈) 명의로 북한에 의약품(약 1억2000만원)과 밀가루 1000t을 지원하는 것이다. 골조는 섰지만 9년째 중단된 평양 심장전문병원의 공사 재개를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다.”
병원 공사는 언제 다시 시작하나.
“일단 내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 공사 재개가 결정된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원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병원 건축에 쓰이는 기자재의 일부가 인도적 지원에서 위배되는 것이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공사가 중단돼 있다.”
평양 심장병원의 규모는.
“8층 건물에 260병상을 갖춘 병원이다. 원래는 심장전문병원이었지만, 심장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타결되면 내년 3월에 공사를 재개, 6개월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의료진과 의료장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의료진은 남한에서 올라갈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지원자 리스트가 이미 작성돼 있다. 자원자가 많다. 6개월 혹은 1년 정도 상주하면서 의료 서비스 제공과 의료 기술 전수, 장비 사용법 전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신식 의료 장비는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으려 한다. 한화에서는 태양광 시설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북한 측으로부터 심장병원에 대한 50년 운영권을 받았다.”

평양 심장전문병원 설계에는 작은 예배당도 포함돼 있다. 의료진 중에 기독교 교인이 많아 남한에서 병원에 원목을 파견할 계획이다. 평양 심장전문병원은 부지가 약 3만3000㎡(1만 평)다. 평양 시내 한복판에 있다. 김일성 광장에서 1㎞ 정도 떨어져 있고, 뒤편에는 평양 산원이 있다.

이영훈 목사는 북한 전역에 대한 의료 지원도 계획 중이다. “처음에는 북한 전역 260개 군에 보건소를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의료시설이 매우 낙후돼 있더라. 그래서 규모를 좀 더 키워 보건소 대신 인민병원을 세우는 프로젝트로 변경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타결되면 평양 심장병원과 함께 인민병원 건립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북한에 나무 심는 사업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2015년까지 북한에 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나무 심기는 북한의 생존과 관련된 일이다. 나무가 없으니까 해마다 홍수가 난다. 그럼 도로와 철도가 유실된다. 그만큼 타격이 크다. 현재 북한에 1차적으로 2억5000만 그루의 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보다 나무를 훨씬 더 많이 심어야 한다.”

이 목사는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2차 방문단으로 북한에 갔다. 능라도 경기장에서 체조를 보고 나올 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마주쳤다. 그때 김영남 위원장이 “완성하지 못한 이 과업(평양 심장병원 공사)을 속히 완성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목회를 시작한 지 올해가 만 40년째다. 1978년 12월에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육연구소에서 목회 사역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건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절실히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목사는 정년이 10년 남았다. “지금부터 5년은 교회를 반듯이 세우고, 나머지 5년은 후임을 세운 뒤 내 흔적을 지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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