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정치사 연구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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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당쟁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이미지로 통념화 되어 연구가 기피되어온 조선시대 정치사에 대한 연구관심이 최근 새롭게 일고 있다.
정치사에 대한 연구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은 정치사가 한 시기의 체계적 이해에 골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사학발전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의 정치사, 특히 조선시대의 정치사에 대한인식은 근대사학의 수립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부정적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왔다.
식민사관의 영향인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곧 조선은 정치를 잘못해 막힐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일제의 식민통치가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암시했다.
따라서 해방이후 우리 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이러한 식민사관의 극복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이 식민사관의 극복작업은 60년대부터 사회경제사나 사상사 분야에서 자본주의 맹아논, 실학연구 등을 통해 조선시대 사회·경제나 사상이 내재적 발전을 이룩했다는 결론으로 정리되었는데 비해 정치사 분야에서는 70년대까지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치사 분야에서 식민사관 극복이 다소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시점은 70년대 말. 70년대 초부터 조선시대의 당쟁을「붕당정치」란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면서 붕당 정치론이 70년대 말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됐다.
붕당의 개념은 정치세력 집단이라는 뜻으로 각 정기세력집단 간의 다툼은 세계역사에서 보편적인 것일 뿐 조선시대의 당쟁이 우리에게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이같이 정치사분야의 연구가 타 분야에 비해 뒤늦게 된 결과 조선시대 역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충분한 설명은 기연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최근의 정치사에 대한 관심고조는 조선시대 역사의 전체 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새로운 지평의 문을 열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은 정치사에 대한 관심이 어떤 흐름을 형성하거나 정치사 연구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수준은 그 동안 제대로 연구가 안된 분야로서 정치사에 관심을 가지는 학자들이 늘어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치사 관심고조가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의 정치사 연구가 이전의 제도사적 접근이나 조선시대 전체를 임관된 맥락에서 이해하는 관점이 결여됐었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역사연구회의「19세기 정치사 연구반」이 87년부터 진행해온 조선시대 세도정치를 중심으로 한 연구다.
10명 내외의 소장학자들이 모여 2년에 가깝게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연구결과는 오는 4월 1일 오후1시 대우재단빌딩 19층 강당에서 발표된다.
이날 발표 될 내용의 주제는「19세기 선반 조선정치사의 구조와 성격」.
순조(1800∼1834)·철종(1849∼1863)대의 세도정치 연원과 당시의 정치구조, 정치엘리트의 충원과정, 정치운영과정 등을 집중 검토함으로써 세도정치가 특정 정치 엘리트의 부심과 직접 연결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기존의 연구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는 조선시대에 벌어진 각종의 정치적 사건, 예컨대 붕당·환국·탕평·세도정치가 단순히 별개의 사건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일관된 맥락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는 점에서 학문적 진보로 평가되고 있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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