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 채우려... 5년간 환자 정보로 불면증 약 처방받은 간호조무사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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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약국에서 약을 타가는 장면. [동작경찰서 제공]

A씨가 약국에서 약을 타가는 장면. [동작경찰서 제공]

근무 중 알게 된 환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거짓으로 수면제를 처방받아온 간호조무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근무하던 병의원을 찾은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불면증 치료제인 스틸녹스(졸피뎀 성분, 향정신성 약물)를 허위로 처방받은 A(36)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11월 28일 구속됐다.

환자 개인정보로 서울 전역 돌며 약 타

간호조무사인 A씨는 2013년부터 서울 시내 병‧의원 3군데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환자 정보 43건을 핸드폰에 적어 범행에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진료를 볼 때 신분증을 확인하지만, '신분증이 없다'고 하는 경우 종이에 이름‧주민등록번호‧핸드폰 번호를 적고 보험공단 자료를 조회한 뒤 진료를 본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동작‧영등포‧용산‧강남‧서대문‧중구 등 서울 전역을 돌며 613회 진료를 받고, 총 1만7160알의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A씨는 2005년부터 불면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왔지만, 점점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향정신성약물 처방 기록은 전체 의료기관을 통틀어 처방 기록이 남는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는 다량의 약을 처방 받을 수가 없자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은 원래 자기 전 1알, 간혹 2알 정도만 쓰는 약이다. A씨는 이 약을 하루 5~10알 복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A씨가 이전에 중독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핸드폰 달력에 '이ㅇㅇ 82xxxx-… ' 메모 남겨  

A씨가 핸드폰 달력에 환자 개인정보를 빼곡히 적어놓은 화면. [동작경찰서 제공]

A씨가 핸드폰 달력에 환자 개인정보를 빼곡히 적어놓은 화면. [동작경찰서 제공]

A씨는 피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정보를 적은 핸드폰을 경찰에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근무했던 병원 3곳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당한 43명 피해자 모두에게 범죄 사실을 알렸다. "피해자들 모두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병원에서 내 개인정보가 도용되다니 놀랐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초 한 병의원에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진료를 보는 환자가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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