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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시대 따라 새 맛 '셰익스피어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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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로 읽는 현대 문화
김희진 지음, 동인, 268쪽, 1만1000원

평생 33편의 희곡을 썼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당시 인기 작가였다. 대사 한마디에 관객들은 울고 웃었으니까. 그런 그가 20세기 대중문화의 중심 코드로 다시 태어났다. 400년이란 장벽을 뛰어넘어 지금 활발하게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동시대 작가인 셈인데, 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왜 셰익스피어인가. 왜 서구 사람들은 여전히 셰익스피어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지난 100년간 셰익스피어 희곡 중 가장 많이 영화화된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3편을 천착했다. 이 작품들이 각 시대에 어떻게 영화화됐는지 따져본 것이다.

문학작품 수용사이자, 장르 간 몸 바꾸기의 역사 추적의 결과가 흥미롭다. 한 작품이 1930, 60, 90년대에 각가 전혀 다른 스타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조지 쿠커, 프랑코 제피렐리, 바즈 루어만, 존 매든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소재만 같을 뿐 형식과 강조점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에 대해 필자는 "각 시기의 감독들이 셰익스피어라는 가장 대중친화적인 소재를 빌어 자신의 시대와 문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셰익스피어 영화의 변천사는 현대 서구 문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기회다.

나아가 저자는 셰익스피어 영화를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읽을' 것을 제안한다. 단지 영화를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셰익스피어 영화를 생산하고 소비한 그 당시 문화를 함께 경험한다면 훨씬 풍부하고 즐거운 '읽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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