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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쌓여만 가는 ‘민생 사고’ 적폐 … 조속히 청산 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안전 코리아’ 구호를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후진국형 민생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생활 적폐 청산’을 주문했지만 우리 사회는 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사고 적폐’의 그늘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제 밤 경기도 고양시의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도로 일대에서 발생한 열 수송관 파열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민생 사고의 대표적 사례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난방기구 과열로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발생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 온수 배관이 터져 부상한 주민 30여 명과 밤새 열 공급이 중단돼 추위에 떤 2800여 가구의 물적·심적 피해가 작지 않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쩌다 사고 지점을 지나던 중 차를 덮친 100도의 뜨거운 고압 물 폭탄에 전신 화상을 입고 숨진 60대 시민 손모씨의 사연이다. 결혼을 앞둔 딸·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고 하니 유족들의 비통한 심경이 오죽할 것인가. 소방당국과 경찰 등의 추정대로 27년 전에 설치한 배관의 노후화 또는 지반 침하에 따른 파열이 사고 원인이라면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다. 이런 노후를 모를 리 없는 난방공사가 사전 점검하고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사고 발생 3시간여 만에 인근 주민센터에서 열린 상황 보고회에서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미소를 지은 안이한 태도도 국민 정서와는 어긋났다.

끊이지 않는 철도·통신 등 국가 기간망 관련 사건·사고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지난달에만 KTX 열차 관련 사고가 6건이나 발생했다고 하니 불안해서 기차도 타겠는가.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서 보듯 이런 사고들은 자칫 대형 참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안전 위해 요소들의 총점검과 예방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