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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르카위, 미군 공습받아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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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군이 8일 공개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사망 직후 사진. [바그다드 로이터=뉴시스]

2004년 6월 이라크 팔루자에서 한국인 고(故)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한 테러조직의 배후인물이자 이라크 내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8일 발표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국영 알이라키야 방송으로 중계된 회견에서 "알자르카위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미군은 공습 현장에서 알자르카위의 시신을 수습한 뒤 최근 사진들과 대조하고 지문을 비교해 그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미군은 곧바로 알자르카위의 사망 후 사진을 공개했고, 알카에다는 웹사이트를 통해 알자르카위의 사망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국제유가 하락=알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는 2주 만에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70센트 하락해 배럴당 68.49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자르카위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주권정부가 출범했지만 정치적 불안정 속에 시아파와 수니파 간 내부 유혈충돌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중동 안정에 도움 되나=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알자르카위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에 큰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알자르카위의 사망으로 그가 주도해온 저항공격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라크의 치안상황이 개선되면 미군과 한국 자이툰부대 등 연합군의 철군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알자르카위 추종 세력의 보복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공습받아 사망=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은 "7일 오후 6시15분(현지시간) 바그다드 북부 바쿠바 인근의 한 외딴 은신 가옥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알자르카위가 미군과 이라크군의 합동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알자르카위는 공습 직후엔 살아 있었으나 부상이 심해 곧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자르카위와 함께 있던 여성 2명 등 측근 7명도 함께 사망했다.

미군의 알자르카위 은신처 공습은 이라크 보안군이 바쿠바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2주 전부터 주도면밀한 계획을 진행한 끝에 감행됐다고 케이시 사령관은 밝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서울=한경환 기자

◆ 알자르카위=외국인 납치, 살해와 테러 공격을 주도하며 이라크를 3년 넘게 혼란의 수렁에 빠뜨렸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40)에게는 2500만 달러(약 240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그는 9.11테러를 배후 조종한 오사마 빈 라덴과 어깨를 나란히 해 온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이다. 2002년 요르단 암만에서 발생한 미국인 외교관 살해사건에 관여, 궐석재판에서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 요르단 출신인 그는 이라크 수니파의 저항 거점인 팔루자를 중심으로 아랍계 외국인들로 구성된 테러조직을 이용해 미군과 이라크 당국에 테러 공격을 가해 왔다. 미군과 다국적군은 그동안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은신처로 짐작되는 곳을 여러 군데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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