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0.25%P 인상 "시중 자금 흡수해 집값 안정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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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은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 목표치를 연 4%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올 들어 두 번째 콜금리 인상이며 2003년 5월과 같은 수준이 됐다.

이날 한은의 발표 직후 우리은행이 예금금리를 0.1~0.2%포인트 올린 데 이어 국민.하나.외환(이상 0.1~0.3%포인트), 신한(0.25%포인트) 등도 예금 금리를 올렸다. 다른 은행들도 곧 금리를 올릴 계획이어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5~4.6%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은행 대출금리도 다소 오를 전망이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최근 두 달 가까이 연 4.36%로 고정돼 있었지만 이번 콜금리 인상에 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지만 한은은 국내 경제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온 물가가 하반기에는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콜금리 인상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3.71포인트(3.45%) 하락한 1223.13에 마감됐다.

한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미국의 향후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맞춰질 것"이라고 말해 이달 말로 예정된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현 5%) 인상 방침을 시사했었다.

◆인상 배경=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럼에도 한은이 콜금리를 올린 것은 향후 경기가 나빠질 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만들어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4, 5월 연속 3조원 이상 늘어나고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금리 측면에서 부동산대책을 지원할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건설투자를 빼면 소비와 수출.설비투자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는 하반기에 유가 상승과 내수회복으로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3~6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들이 최근 일제히 나빠지고 있으며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5%) 달성이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올해 마지막 금리인상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재테크 전략은=통상 금리인상기엔 예금은 변동금리로 짧게, 대출은 고정금리로 길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엔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예금은 고정금리로, 대출은 변동금리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대출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충고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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