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7. 보안장비업체 아이디테크 … 150개국을 잠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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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테크 강필경 사장이 이용자의 지문을 인식하는 출입 통제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보안산업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차세대 산업이다." 세계적인 기업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보안산업을 21세기 유망 분야로 꼽는다.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보안산업의 중요성에 눈 뜬 기업이 있다. 아이디테크다.

이 회사는 1989년 출입통제 장비 수입업체로 출발했다. 10여 년간 수입만 해오다 수출업체로 거듭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당시 기획실장이었던 강필경(45) 사장이 창업자에게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다. "수입만 해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돈만 버는 것은 의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시장에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싶었어요." 당시 국내에는 출입통제 장비를 수출하는 회사가 없었다. 강 사장은 품질 좋은 상품을 경쟁업체보다 값싸게 내놓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10년 넘게 보안장비를 수입한 덕에 세계 시장 상황은 훤히 알고 있던 터였다.

초기에는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매달렸다. 마침 정부 지원금을 타냈고, 회사도 병역특례 업체로 선정됐다. 21명이던 직원을 47명으로 늘리며 연구진을 갖췄다. 카드에 내장된 비접촉식 전파식별(RFID) 프로그램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장비를 만들었다. 제품을 개발한 뒤 기존 수입선을 거꾸로 수출창구로 활용했기 때문에 거래처 확보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나라마다 전기 규격이 달라 제품에 오류가 나기 일쑤였다. 번호를 누르는 키패드나 전기 부품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잦았다. 그때마다 강 사장은 기술자들과 함께 직접 찾아갔다. 개발비보다 마케팅과 서비스 비용이 더 많이 들었지만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쏟아지는 거래처 불만에 돌아와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어요."

이런 노력 끝에 거래처 신뢰가 쌓여가자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1년 50억원 남짓됐던 매출이 2004년 1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1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중 수출 비중은 70%가 넘는다. 수출국도 150여 곳에 달한다. 강 사장은 출시 초기부터 고유 브랜드를 고집하고 미국 업체보다 저렴한 제품을 개발한 게 성공 요인이라 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점도 사업에 보탬이 됐다고 한다. 보안업계에 여성 인력이 드물기 때문에 해외 거래선을 설득하거나 회사 이름을 알리는 데 유리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통솔할 때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이용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훈계하기보다 어려운 점을 들어주며 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지문.얼굴을 인식하는 보안장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보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올해 매출 목표는 250억원으로 잡았다. 강 사장은 "매년 매출을 100억원씩 더 올려 세계적인 보안장비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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