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주택 거품 · 우리당 거품 · 대통령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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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거품이 꺼졌다. 전국 정당에서 지역 정당으로 추락했을 분만 아니라 군소 정당으로 몰락했다. 민주당보다도 더 적은 성과를 내었다. 한나라당은 태양과 같이 천하를 밝게 비추는 존재가 되고 열린당은 반딧불과 같은 미미한 존재가 되었다.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열린당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에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을 견뎌야 했고, 이는 이들 “서민‘들의 현 정권과 열린당에 대한 불만을 크게 키웠다.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 지지자이던 자영업자들이 열린당에 대해 등을 돌리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을 해야만 소득이 생기는 “근로 계층”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급감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열린당에 대해 매정하게 돌아서게 한 주인인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에 강남의 주택 가격은 3배나 올랐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 특히 다주택 소유자들은 “할렐루야”가 저절로 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자본”을 어디엔가 투자한다.

자본들의 상대적 가치는 매일 매시 변동하므로 , 투자자들은 그 가치가 떨어질 것 같은 자본은 처분하고 가치가 올라갈 것 같은 자본에 “투자”하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는 큰 자본을 가진 자들의 심리가 자본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하게 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일반적인 근로자들은 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거의 없다. 그들은 그들의 “노동”이라는 자본 이외에는 다른 자본이 없기 (있어도 먹고 입는 것에 “투자”해야 하므로 잉여 자본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투자 능력도 없다. 즉 근로 계층은 “투자의 자유”를 향유할 수 없다.

더구나 , 근로 계층의 자본 즉 노동은 시장에 넘쳐 난다. 오늘날 자유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든 “상품”들 중에서 “노동”이라는 상품보다 더 많이 거래되고 있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는 말은 그 상품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급이 넘치면 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자유 시장의 근본 원리이다.

그리고, 이 노동이라는 상품이 그 “공급 탄력성”이 엄청 비탄력적인 상품이다. 물리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노동을 시장에서 recall 하려면, 그 노동 상품 소유자는 시장에서 “교환 행위”, 교환 당사자들에게 편익을 가져다주는 교환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의 가처분 소득이 미미하므로 그가 갖고 있는 돈과 먹고 입을 것과의 교환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가 없다.

노동을 노동시장에서 recall하는 근로자들은 그 수도 적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장기적으로도 지속될 수가 없다. 이러한 면에서는 근로자의 노동 “투자”는 자유 투자가 아니라 강제된 투자이다.

근로자들의 노동 투자가 강제된 투자이고, 공급이 넘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가격이 내려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그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고, 노동 가격이 올라가면 근로자들은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며 , 노동 가격이 다시 떨어질 때에 노동 상품을 시장에서 일시 철수 시키고 ,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근로자들은 시장에 노동을 공급하고, 직업을 수요한다. 기업들은 노동시장에 직업을 공급하고 노동을 수요한다. 일반적으로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익은 서로 상충한다. 공급자는 비싸게 팔려고 하고 수요자는 싸게 살려고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일종의 전쟁을 벌인다. 속이거나 협잡하거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투쟁을 벌인다.

기업들이나 다른 노동 수요자들의 노동 가격 낮추기 전략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열린당의 패배는 이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유 시장 경제의 수호자들은 그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을 우선 보호하려고 한다. 투자자들은 자유 시장의 오야봉이고 알파 수컷들이다. 투자자 계층이 몰락하면 시장 경제 시스템, 현행 시장 경제 시스템은 붕괴한다. 지방에 근거한 “시장”이 아닌, 나라에 근거하거나 세계화된 “시장” 경제 시스템은 알파(우두머리) 투자자들의 존재를 전제한다.

현행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는 “시장=알파 투자자들”이라는 등식이 절대 진리이고 신성불가침의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은 무의식적일 수도 있고, 의식적일 수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암묵적으로는 이에 동조하는 것 같다.

알파 투자자들 즉 기업들은 “노동 비용”을 낮추려 한다. “시장=알파 투자자들”이라는 등식을 신봉하는 정치인들과 정당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그 전략을 공유하려 한다. “정치 시장”은 투자자들에게는 유망하고 이윤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우선순위 투자 종목이다. 정치와 기업은 “사업 파트너‘ 관계이기도 하고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시장에 노동 공급을 늘게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 정치가들과 기업들은 “인구 감소”에 대한 근심과 걱정을 항상 표명한다. 그들은 “인구 폭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인구가 증가하면 , 식량과 주택, 자동차나 기타 상품에 대한 소비 수요는 늘게 되고, 노동 가격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윤을 얻게 된다. 투자자들과 정치가들에게는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다. (인구가 폭발하면 주택도 식량도 마실 물도 부족하게 되고 빈곤층이 급속히 늘어나게 되도, 그것은 국가가 개입할 것이 못된다, 시장 경제에서는 누구나 다 자기는 자기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

또 다른 전략은 , 근로자들의 필수품 즉 근로자들이 노동 상품 공급자로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의식주 재화의 가격을 앙등시키는 것이다. 식량이나 의류는 가격을 “조작(?)”하는 것이 어렵다. 다행스럽게도(누구에게?) 주택이나 부동산을 국가가 그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수법들이 존재한다.

수출 위주 경제 성장 전략도 그 하나이다. 모기지의 도입도 그 하나이고 , 양도세를 높이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는 것도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는 수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주택 거품을 일으키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근로자들이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그들의 유일한 “자본”인 노동을 “투자”해서 얻은 결과는 , “실패한 투자”라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은행의 노예”, “채무 노예”가 되든지, “기업들의 노예”가 되는 길 밖에 다른 “투자 옵션”은 없게 된다.

아무리 궂은 조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되어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도,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그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하소연할 수도 없다. 잘리게 되면 , 전세 값을 어떻게 마련하고, 은행 빚은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

노무현과 그 일당은 한국 근로자들을 새로운 노예 계급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 성공은 장관이었다. 진짜 볼만 한 것이었다. 열린당과 정치인들은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였다. 그들 정치인들(딴나라 당도 포함하여)은 그들의 오야붕 겸 파트너인 알파 투자자들에 의해 크게 보상 받을 것이다. (토사구팽 당할지도 모른다^^)

주택 거품을 발생시켜 새로운 봉건시대를 개척한 정당인 열린 우리당도 자신들이 거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노예 계급의 분노는 누군가를 향해 분출되어야 하고, 그 대상은 당연히 열린 우리 투자자 당이 될 수밖에 없다. 열린당 거품도 꺼진다. 열린당이 거품처럼 꺼지면서 투자자들은 왼팔을 잃게 된다.

열린 투자자 당은 투자자들의 왼팔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널리 선전하였지만, 그것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서민들을 투자자들의 대리인 겸 파트너가 대표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이다. 투자자들은

“서민 정당”을 육성하고 지원한다.

투자자들은 그들의 “서민 정당”이 “군소 정당”으로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것은

주택 거품 전략의 과도한 성공의 두 번째 문제점이다.

투자자들의 오른팔(우파) 정당인 딴나라 당에게는 투자자들의 왼팔(좌파) 정당인 열린 투자자 당이 그 세가 강했을 때가 더 좋았다.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었다.

이제 그 좋은 시절은 다 갔다. 딴나라 당은 서민을 위하는 척 하는 것이 힘든 당이다.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당이지 결코 서민 정당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자니 속이 보인다. 참으로 난처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주택 거품은 3번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패자가 아니고 승자에게 ,외관상의 승자에게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거품은 그것이 계속 커지기 때문에 거품이다. 거품이 계속 커지면서 버블 세븐 소유자들의 행복지수와 황홀감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들은 부자가 큰 부자가 된 것이다. 그들도 이제 “투자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풀어 오른 것은 터지지 마련, 거품이 터지면 그들은 빚더미에 앉게 된다. 그들은

투자자 지위에서 서민의 지위로 추락하게 되고 채무 노예가 된다. 그들의 현 위치는 반석 위에 올라 잇는 것이 아니라 거품 위에 올라 앉아 있다. 그들은 “거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들의 굳건한 지지자였다. 그들이 몰락하게 되면, 투자자들과 서민들 간의 “범퍼”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완충장치가 없는 두 개의 계층이 , 주인과 노예가 얼마나 잘 공존할 수 있을까?

“세금 폭탄”은 이들 “버블 세븐”을 구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서민들의 분노도 가라 앉혀 보려는 계략이기도 하지만 , 근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이윤 추구”를 위한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의 전략이었다. 거품의 팽창 속도를 줄이고, 터지지만 않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주택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게 하는 것이 투자자들과 버블 세분에게는 좋다.

의도대로만 되면 세상은 자기 것이 된다, 과연 그럴까??????????
[디지털국회 한찬욱]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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