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1~2월 회담” 트럼프, 장소 3곳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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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르헨티나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다음 방문지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르헨티나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다음 방문지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쯤 열릴 것 같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세 군데의 (회담) 장소를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정 시점에 김정은 미국 초청” #폼페이오 “북·미 정상 1월 1일 후 #얼마 안 돼 만날 것으로 생각” #이달 평양 방문 의제 논의 가능성

그는 “우리(미국과 북한)는 잘해 나가고 있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것”이라고도 알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1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내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돼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I think it‘ll happen shortly after the first of the year)”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단 “비핵화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참여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난관에 봉착하면 수백억 달러짜리 수표를 써줘서 북한이 제재를 벗어나게 했던 이전 정부와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제재는 비핵화 전까지 그대로 간다는 미국 정부의 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 정부는 내년 1월 늦어도 2월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렸다는 점에서 분명하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G20 회의를 계기로 1일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보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중(respect)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데 동의한다”며 미·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음을 재확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양측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중국은 미국과 북한 정상이 다시 회담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의 사임 소식을 발표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로 3~4곳을 검토 중이다. 단 1차 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장소에 관한 한 유사한 맥락일 가능성이 있다.

또 회담 시점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에 회담할 수 있을 것”이란 발언을 반복해 왔다. 다만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인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아 공식 발언한 것은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명확한 답신이 없는 가운데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화답’을 촉구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일련의 일정 로드맵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회의 기간 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후보지 ‘세 곳’으로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의 중립국 및 북한 공관이 있는 국가들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1, 2월 중 서울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세 지도자가 함께 자리하는 ‘이벤트’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1, 2월 회담 개최를 공언함에 따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을 아예 건너뛰고 이달 중순이나 내년 초 다섯 번째 평양 방문을 통해 정상회담의 의제와 제반 사항을 일괄타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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