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바쁘나요? 그 쪽보고 마음에 들어서요"
A(여)씨는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성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고 께름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이 남성은 택배 상자를 버리던 A씨의 모습을 우연히 보고 첫눈에 반해 택배 상자에 붙어있던 A씨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여성 70여명에게 "저기…" 문자 보낸 남성
그런데 A씨만 이런 연락을 받은 게 아니었다. 인터넷에는 A씨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는 여성이 70여명이나 됐다.
30일 오후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사랑한 남자' '너와나'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남성이 이 여성들에게 사용한 수법은 거의 비슷했다. "저기"라고 먼저 말을 건 후 "그 쪽보고 마음에 들어서요" "택배 버릴 때 봤어요"라고 했다.
이 남성은 대화를 이어나가다 발신자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나야 나. 누군지 모르겠어?" "너랑 사귀었던 오빠야" "우리 잤잖아" 등과 같은 말을 여성들에게 했다.
남성은 중국집 배달원? 알고 보니
주변 폐쇄회로TV(CCTV) 등 탐문 결과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피해자가 있었다. 이 남성은 부산 지역 한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 여성 모두 부산에 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제작진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빈 택배 상자를 원룸 앞에 둔 후 이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어 주문했다. 이 중국집 배달원이 다녀간 후 택배 상자에 적혀있던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기 바쁘세요?"
이 남성과 만남을 약속한 후 제작진은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사람을 잘 못 봤다"며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그에게 제작진이 "'사랑한남자' '너와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때까지 피해 본 여성이 없었잖아요. (여자가) 연락을 받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했다.
'연락하지 말았어야 했냐' '그냥 말했어도 무시해야 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그는 "연락해서 계속 스토커처럼 연락한 적 있어요? 없잖아요"라고 한 후 "피해간 게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중국집 사장님'이라고 밝힌 후 "내 사생활 보호는 어떻게 되느냐" "장사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사람은 이게 자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연애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많은 여성과 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불안감 조성이나 공포심 유발 등으로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