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계에도 저작권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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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춘 한복계에 저작권을 둘러싼 이영희·신난숙 두 일급 한복디자이너간의 공방전이 한창이다. 논쟁의 초점은 전통 한복에 사용되었던 특정 장식과 문양의 변형에 오늘날 얼마만큼의 창작성을 인정, 법으로 보호해야 할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복디자이너들의 모임인 한국의상협회(회장 황신기)는 현행 문공부 저작권 등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한복 전통문양 등록보류 또는 중지요청」 진정서를 15일 문공부장관 앞으로 보내 공방전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의 발단은 이씨가 지난 2월 14일 변호사 김상걸, 변리사 김연수씨를 대리인으로 하여 신씨에게 「저작권 침해행위 중지요청에 관한 건」이란 경고문을 보냄으로써 비롯됐다.
경고문에서 이씨는 한복치마폭 사이에 장식문양이 든 사다리줄무늬를 넣어 디자인한 것은 자신이 88년 6월 문공부에 저작권 등록을 끝낸 것이므로 신씨가 89년 2월호 「가정조선」에 발표한 그와 유사한 한복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89년 2월 25일까지 시중에 있는 신씨의 한복을 수거, 폐기할 것 ▲주요 일간지 2개에 사과 광고를 내고 같은 행위를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할 것 등을 요구, 불응하면 저작권 침해로 인한 민사상 배상청구 및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신씨는 변호사 황계룡씨를 대리인으로 하는 응답서를 통해 신은 이씨의 「사다리줄 무늬와 장식문양」을 복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신씨는 사다리꼴이라고 하는 이씨의 작품과 달리 자신의 작품은 넓이가 일정한 선이며 그 안의 무늬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신씨는 고구려고분벽화에 흔히 등장하는 치마폭에 다른 색 천을 배색한 전통디자인과 문양을 자신이 먼저 문공부에 저작권등록을 했다고 다른 사람이 그와 비슷한 것을 쓰면 저작권 위반이라고 협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차에 걸친 이씨의 경고장과 그에 답하는 신씨의 응답서로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씨는 문제된 사다리줄무늬와 장식문양 외에 운학무늬·나비무늬 아플리케·사각무늬 등 4종을 저작권 등록했다고 밝혔다.
현행 문공부 저작권 등록은 5천 원의 수수료만으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데 제도상 분쟁이 생기면 분쟁조정위원회가 심사, 조정하나 잘 안되면 법정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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