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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문화정책 실천의지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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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공화국 정권담당자들은 정권 태동기부터 「문화입국」을 강조해왔고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해 내년1월 문화부를 발족시키기로 확정했다.
경제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팽배해진 물질만능의 풍조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넓혀 정신적 풍요를 이루게 하겠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이 같은 방침은 우리사회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긴요한 것이고 시의 적절했기 때문에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문화부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며 그에 따른 행정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법적·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등 문화입국실현을 위한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책이 정확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문화부가 발족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중에 신설될 문화부의 예산규모가 현 문공부 실무진에 의해 만들어져 5월중 경제기획원의 조정을 거쳐야 한다.
또 예산편성을 위해서는 문화부가 어떤 행정기능을 맡아야 할지가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도서관·사회교육부문·청소년문화 등이 문화부에서 관장되어야 하는지 아닌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문공부 내에서는 문화와 공보가 어떻게 분리되느냐, 예를 들어 방송은 어느 쪽이냐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인 실정이었고 최근에 와서야 문화정책실을 발족시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화부 발족을 위한 의견수렴과정도 행개위와 문공부에서 지난해 한차례씩 가졌던 공청회 정도이고 전문인들의 연구내용을 받아 검토했다는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문화를 위한 재원확보의 측면을 보면 문화입국실현을 위한 정책의지가 아주 소극적이다.
현 단계에 있어 문화정책의 큰 줄기는 국민의 문화향수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문화공간을 확충하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 문화예술인·단체가 그 공간에서 공연·전시·강연 등을 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고를 비롯한 재원이 문화를 위해 확보되어야 한다.
최근 올림픽 수익 잉여금 3천억 원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전입되었는데 이 기금과 관련, 문공부와 예총 등이 강력하게 의견을 제시했으나 정책결정과정에서 묵살되었다.
주택복권의 문화복권화도 무산되었다.
국고지원도 아주 빈약하다. 체육공간 확충을 위해 89년 예산에 1백 90억 원이 지원되었는데 비해 문공부가 해마다 지방문화공간 확충을 위해 60억∼1백억 원씩 요구하는 예산은 경제기획원에 의해 연례적으로 삭감 당해 오고 있다.
문화공간의 확충을 위해 부산·대구·광주 등에 종합문예회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모두가 예산부족으로 부산에는 1단계 대강당만 완성되고 지지부진하며, 대구도 공사중단 상태고, 광주는 거듭 지연되고 있다.
현재의 지방문화공간은 프랑스의 「문화의 집」, 일본의 「공민관」등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법인형태로 겨우 존립만 하고 있는 문화원 수준으로는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화공간 확보는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도 심각하다. 북한이 각 도·시·군 단위에 문화회관 등을 설치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 3백억∼4백억 원 정도의 4개년 계획만 세워도 전국적인 문화공간 수요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기획원은 기업의 준조세 부담을 없애겠다는 뜻에서 기부금품모집금지법에도 불구하고 특례적으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를 허용하는 현 법 체제도 고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현재 기업이 기부하는 만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문화입국의 실현은 사회 각 부문에 대한 문화적 접근의 확대, 재원의 확보, 법적·제도적 보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문화부 발족을 앞둔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전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화정책의지의 실재를 의심케 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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