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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등촌동 살인사건 막는다' 가정폭력 현행범 무조건 즉시 체포한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 모씨가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0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 모씨가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01. bjko@newsis.com

앞으로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과태료가 아닌 징역형으로 형사 처벌한다.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이나 흉기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접근금지 어기면 현행 과태료 대신 징역형 #2차 피해 막기 위해 '자녀 만남'도 제한 #상습범, 흉기사범은 구속영장 청구 원칙으로 #

여성가족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함동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에서 전처를 무참히 살해한 김모(49)씨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정폭력 피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관련단체와 현장전문가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가정폭력범은 무조건 현행범 체포  

이번 대책의 핵심은 피해자 안전과 인권보호 강화 방안이다.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실시하는 ‘응급조치’ 유형에 ‘형사소송법’ 제21조에 따른 현행범 체포를 추가한다. 경찰관이 가해자를 신속하게 피해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실시하는 가정폭력처벌법‘상의 ‘응급조치’ 유형에 이러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현행 가정폭력범 상 응급조치는 폭력행위 제지, 가정폭력행위자ㆍ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 피해자 동의 시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 등으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또 가정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임시조치 실효성을 높인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한 경우 현재는 과태료 처분에 그쳐 조치가 유명무실했다. 이를 징역 또는 벌금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재 수단을 강화키로 했다. 또 접근금지 내용도 거주지와 직장 등 ‘특정 장소’가 아닌 ‘특정 사람’(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긴급)임시조치를 자녀 등 다른 가족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폭력 사건 현장출동 경찰관의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범죄유형별ㆍ단계별 가정폭력 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한다. 가정폭력 112 신고이력 보관기간을 확대(현 1년 → 3년)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현장종결된 사안도 기록을 유지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자녀 면접교섭권’도 제한한다. 현행 ‘피해자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권 제한’도 추가하며, 피해자 보호명령의 기간(현 6개월→1년) 및 총 처분 기간(현 2년→3년)도 연장해 제도실효성을 높인다.

상습ㆍ흉기사범 등은 원칙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이번 대책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재범 방지 방안도 담겼다. 상습ㆍ흉기사범 등 중대 가정파탄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엄정 대처할 계획이다. 또 가정폭력범죄에 ‘주거침입ㆍ퇴거불응죄’, ‘불법촬영‘ 등을 추가한다. 이러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일부 가해자들이 검사가 가정폭력 사건을 상담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가정폭력의 정도가 심하고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 기소유예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피해자가 자립 역량 부족으로 가정폭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대상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신설ㆍ운영한다. 피해자의 적성, 요구 등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자립프로그램을 내년부터 3~4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또 피해자가 새일센터의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참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과 폭력피해이주여성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입소한 후에 퇴소 할 경우 내년부터 1인당 500만 원 내외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찾아가는 현장상담’과 보호서비스를 강화하고, 체류문제 등 복합적 문제를 겪을 수 있는 폭력피해 이주 여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가정폭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가정폭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피해자의 신변안전 확보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교ㆍ유치원ㆍ어린이집, 교육청, 주민센터 종사자, 경찰 등에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안내서’를 제작ㆍ배포한다. 이 안내서에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가족관계등록부 공시제한 신청, 비밀전학, 사서함 제도 등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담는다. 정부는 다음 달 말 발표 예정인 ‘여성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에도 이번 대책의 추진과제를 반영해 후속 세부계획 수립, 추진현황 점검 등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비인권적 폭력행위가 더 이상 ‘가족유지’의 명목으로 합리화되던 시대를 끝내고,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분리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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