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화재 국과수 투입해 2차 합동감식…화재원인 밝혀질까

‘통신대란’ 일으킨 KT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기관들이 26일 2차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국과수·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KT 등 관계기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전날에는 국과수를 제외한 관계기관들이 1차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육안으로 현장을 살피고 통신구의 약 79m가 소실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국과수 등 관계자들은 10시를 전후해 KT아현지사에 도착했다. 감식 장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KT아현지사 앞 지반에 구멍이 뚫려 있어 관계자들이 조사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26일 오전 10시 관계기관 합동감식 #발화지점 파악위해 전문장비 동원 #이주민 청장 “외부 방화 가능성 낮아”

국과수가 참여하는 2차 감식에서는 각종 장비와 기법 동원해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 책임소재 등을 파악하는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확한 현장감식 종료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청장은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 시절 지하 통신구에 1년에 두세번씩 들어가 봤는데, 사람이 전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문도 이중으로 돼 있고, 열쇠관리도 담당자들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KT아현지사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재로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경찰의 112 신고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도 밝혔다. 이 청장은 “112 신고가 들어오면 2개의 유·무슨 망을 활용하는데, 이번 화재로 유선망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112 신고는 접수되면 바로 순찰차에 무선으로 지령을 내릴 수 있고, 순찰차마다 태블릿PC와 SKT모바일폰이 있어서 크게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통신구 화재현장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KT화재는 24일 오전 11시12분쯤 서대문구 충정로 3가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해 10시간 만인 오후 9시26분쯤 진화됐다. 통신구는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지하도에 만들어진 구조물을 말한다. 이번 화재로 광케이블 220조(케이블을 세는 단위)와 유선회로 16만8000회선이 불에 탔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대문구·마포구·중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인터넷(IP)TV·인터넷전화 등이 먹통이 됐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카드 단말기까지 작동을 안 하면서 자영업자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KT에 따르면 이날 11시 기준 인터넷 회선은 98%, 무선은 84%를 복구한 상태다. KT관계자는 “전날까지 인력 1100여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소방당국은 복구에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더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