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꿈틀대는 민족주의 동아시아 평화 최대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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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진 위부터 (左)오카모토 아츠시 ‘세카이’ 편집장, 왕후이 ‘두수’주간, 주젠강 ‘민젠’편집위원 (右) 천광싱 ‘인터아시아 문화연구’편집위원, 토미야마 이치로오 ‘임팩션’편집위원, 백영서 ‘창작과 비평’편집주간.

한국.중국.대만.일본의 지식사회에서 각각 영향력이 큰 진보적 성향의 잡지(총 13종) 편집인 16명이 한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평화와 시민사회간 연대를 모색한다. 계간 '창작과비평'(편집인 백낙청)이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자매연구단체인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와 공동으로 9,10일 서울 프레스센터와 연세대 상남관에서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 행사다. 주제는 '동아시아의 연대와 잡지의 역할'.

동아시아 평화의 전망을 가로막는 위협 요인으로 민족주의가 손꼽힌다. 민족주의는 국민국가 내부를 묶는 힘이지만 이웃 나라를 위협하는 부정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국에서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경향을 토론회 참석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월간지 '세카이(世界)'의 오카모토 아츠시 편집장은 주제발표문에서"동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흔드는 최대의 위협은 각국의 민족주의 고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각국 정부와 대중매체는 이러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하고, 지역의 평화와 환경.생태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사회에 대해 "최근 갑자기 발흥하는 민족주의 감정은 지금까지 '뒤쳐져 있다'고 여겨온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뒤쫓긴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계화 진행과정에서 국가의 기능이 저하되고 국민통합이 느슨해지자 (일본) 정부는 민족주의를 부추겨 정부 아래로 결집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잡지 '두수(讀書)'의 왕후이 주간은 "(동아시아) 각 지역의 비판적 지식인들의 관심사가 다른 지역에 소개되도록 안정적 대화의 통로를 수립해야 한다"며 "언어를 포함해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는 '공용 공간'을 잡지의 지면에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창작과비평'의 이남주 편집위원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극복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평화질서의 형성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며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향한 '인식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사회.문화적 차원의 초국가적 민간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민젠(民間)'의 주젠강 편집위원, 대만에서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의 천쾅싱 편집위원, 그리고 일본에서 '임팩션(Impaction)'의 토미야마 이치로오 편집위원, '겐다이시소오(現代思想)'의 이케가미 요시히코 편집장 등이 참여한다. 한국에선 '시민과세계'의 이병천 편집인, '황해문화'의 김명인 편집주간, '창작과비평'의 백영서 편집주간 등이 참가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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