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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추풍낙엽 … 해외부동산펀드로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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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돈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인다. 수익률이라는 이정표를 따라가는 자금이 최근 몰려드는 곳이 해외 부동산 펀드다. 지난달 국내외 주가 폭락 사태로 수익률 바닥을 기는 주식형 펀드를 떠난 투자자가 해외 부동산 펀드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올 수익률 -18% #미·일 해외 부동산 펀드 9% 넘어 #투자금 2년 새 2배 늘어 2조원 #사모형 합하면 30조 … 환차손 변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잔액 기준)은 2조2026억원을 기록했다. 11개월간 423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017년 1조원 안팎에 불과했던 몸집이 2년 새 2조원대로 커진 것이다. 사모형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2012년 70조원 규모였던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52조원 수준까지 쪼그라든 것과 비교되는 성장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외 부동산 펀드는 해외에 있는 빌딩·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주는 상품이다.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동산 펀드에 2010년 공모형 펀드가 등장하며 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문턱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해외 부동산 펀드로 투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6%다. 미·중 무역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각종 변수로 인해 시장이 출렁대며 같은 기간 -18%대로 급락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선방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 펀드 중 미국과 일본에 투자한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9%를 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외 펀드 63개를 투자 지역별로 나눠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미국(10.2%)이 가장 높았고 일본(9.5%)이 그 뒤를 쫓았다. 다음으로 호주(3.6%)와 한국(2.1%) 순이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리얼티뱅크그룹 심규석 이사는 “미국은 2~3년 사이 경제 회복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일본은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운용이 미국 애틀랜타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부동산펀드11호’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5%를 넘어섰다.

국내 부동산 펀드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2529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지난 1일 기준 국내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사상 처음 8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출규제 강화 등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자금이 중소형 빌딩 투자로 옮겨오는 ‘반사 이익’에다 최소 가입금액을 100만원까지 낮춘 부동산 펀드가 등장한 덕분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꼬마 빌딩이라도 투자하려면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데 반해 최근에는 100만원 안팎으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만족스럽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평균 빌딩 투자 수익률은 6.9%다. 빌딩을 매입해 임대수익으로 수익을 거두는 부동산 임대형 부동산 펀드도 올 들어 6%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펀드 투자에는 다양한 위험 요인도 있다. 범광진 KB자산운용 WM스타자문단 부장은 “일부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보통 3~5년으로 중도 환매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투자기간 동안에 임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등 외부 요인의 변화에 따라 펀드를 팔고 나올 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래에셋운용이 2012년 내놓은 브라질 부동산 펀드는 설정 당시 800억원을 모았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으로 펀드 잔고가 21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해외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조현숙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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