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주방위군 297 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3월 북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와 합동으로 혹한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이 부대는 실탄 사격 훈련 등을 통해 평소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알래스카 주방위군]
알래스카 주방위군의 이라크 전선 배치는 사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주방위군 소속 병사 130명이 지난해 하와이 주방위군 여단에 섞여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올해 초 모두 복귀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원자였다. 그런데 이번엔 좀 사정이 다르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사냥.낚시 등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들까지 모조리 차출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떠나보내는 가족과 주민들의 마음이 영 편치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주민 386명 중 가장 건장한 청년 6명을 차출당한 콘기가냑 마을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집 영장을 받은 해럴드 아제안(23)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 방위군 복무지원서에 서명할 때만 해도 실제로 전쟁터로 불려나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난감해했다.
미 국방부가 이번에 소집 명령을 내린 알래스카 주방위군은 모두 670명. 이 중 600명은 이라크에, 70명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달 소집돼 미시시피주 셜비 캠프에서 석 달 동안 더위 적응 등 각종 실전 대비훈련을 받게 된다.
미 정부가 이처럼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라크전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차출할 수 있는 병력이 사실상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한 번 중동행 수송기에 몸을 실었던 다른 지역의 주방위군에 "한 번 더 봉사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결국 '무더위'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에스키모 젊은이들을 열사의 사막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알래스카 주방위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아시아 전선에 배치돼 '용감무쌍한 군대'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종전 뒤 미국이 소련과 냉전을 벌인 뒤로는 해외에 파병되지 않았다. 소련과 가까운 알래스카가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해 이 지역을 방어하는 게 최우선 임무가 됐기 때문이다.
박신홍 기자
◆ 미국 주방위군=연방 예비군과 함께 미국 예비군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주마다 설치.운영하며, 사령관은 주의회의 동의를 얻어 주지사가 임명한다. 17~33세의 미국 시민권자 중 지원자가 입대한다. 평소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매년 일정 기간 훈련을 받으면 된다. 전쟁이 발생해 병력 수요가 생기면 소집돼 일정 기간 훈련을 받은 뒤 곧바로 전장에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