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포청천'… 동네가 훤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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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문식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동사무소 앞에서 직접 만들어 집집마다 나눠 준 쓰레기 분리수거용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문규 기자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이 '쓰레기 혁명'을 일으켰다.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문식(44)씨는 하루 평균 19t 정도 나오던 동네 쓰레기를 2년 만에 6t으로 68%나 줄였다. '쓰레기와의 전쟁'에 나선 김씨의 노력 덕이다. 주민들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김씨가 달서구청 감사실에서 감삼동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3년 11월.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그의 업무였다.

이듬해 7월 그에게 주민 한 사람이 찾아왔다. 화가 잔뜩 난 이 주민은 "집 앞이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당신이 쓰레기를 처리하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동 전체를 둘러본 김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골목 어귀마다 쓰레기 봉투와 음식물 찌꺼기.재활용품 등이 뒤섞여 있고, 주택가 공터는 쓰레기 집하장으로 변해 있었다. 감삼동은 8800여 가구 중 아파트를 제외한 6500여 가구가 단독주택이어서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것을 막고 분리수거를 해 배출량을 줄이는 게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해 8, 9월 두 달간 대대적인 홍보와 교육에 나섰다. 김씨는 '동네의 마당발'인 통장 32명에게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 주며 '감시자'의 역할을 당부했다. 쓰레기 배출 안내문 3만 장을 만들어 집집마다 돌리고 취약지의 전봇대와 벽에도 붙였다. 그는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품을 각자 집 앞에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골목 입구에 모으면 불법투기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홍보가 됐다고 판단한 김씨는 10월 단속을 시작했다. 단속 장비가 없어 CCTV.캠코더.디지털 카메라 등 700여만원어치의 장비를 사비로 구입했다.

낮에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누가 버렸는지를 찾는 일에 매달렸고 상습 투기지역 옆에 자신의 승용차 세워 놓고 현장 검거작전(?)을 벌였다. 단속은 쉽지 않았다. 얼굴이 찍힌 사진을 내놓아도 끝까지 부인하는가 하면 "당신이 뭔데"라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새벽녘 골목 입구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던 20대 청년 두 명과는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꼬박 1년간 한 달에 이틀을 쉬며 매일 오전 1시까지 현장을 지켰다. 김씨는 지금까지 670건(계도 200건 포함)의 쓰레기 불법투기를 단속해 대구 지역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주민 전영숙(50.여)씨는 "저렇게 지독하게 일하는 공무원은 처음 봤다. 그의 열정 덕에 주민 의식도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수거를 유도하기 위해 재활용품 가방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용기도 만들어 집집마다 돌렸다. 가로 40㎝, 세로 50㎝, 폭 25㎝의 방수 천막천으로 된 재활용품 수거용 가방은 병.플라스틱.깡통을 나눠 담도록 세 가지로 제작됐다.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용기도 만들어 나눠 주었다. 용기 제작비 100만원은 동네 유지가 선뜻 내놓았다. 김씨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국무총리가 주는 모범공무원 표창장을 받았다.

그는 "쓰레기 봉투에 든 종이 등 재활용품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하고 내 집 앞 쓸기운동을 펴 깨끗한 동네 만들기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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