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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유학생 폭행, 英 외면" 들끓는 한인들 촛불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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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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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재영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촛불 시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2일 재영 교포인 A씨는 일요일인 오는 25일(현지 시간) 런던 중심가인 옥스퍼드 서커스에 있는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 매장 앞에서 촛불 시위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장소는 지난 11일 한국인 유학생 B양(캔터베리 대학 재학 중)이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10여명의 청소년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곳이다. 당시 청소년들은 B씨에게 쓰레기를 던지며 시비를 걸었고 B씨가 이에 항의하자 바닥에 쓰러트린 뒤 구타했다.

폭행 당시 주위에는 수많은 행인이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폭행 사건을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폭행을 막으려 한 행인은 2명 뿐이었다. 신고를 받은 영국 경찰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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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인 사회는 들끓고 있다. 촛불 시위를 준비하는 A씨는 "이러한 사건이 계속 이어질 여지가 많아 많은 교민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회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노인들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고, 영국 정부가 인종과 종교, 신체적 장애 여부에 따른 증오 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시위에 촛불을 동원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 LED 촛불이나 종이 촛불, 피켓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일단 1차 집회에 최소 5∼6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참가자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오는 12월 2일 트래펄가 광장에서 피해자 B양도 함께 하는 2차 집회도 예정돼 있다.

A씨는 "저를 비롯해 이번 시위를 준비 중인 이들은 모두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사회 및 경찰의 변화와 함께 주영 한국대사관, 재영 한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기관 등에서 교민이나 유학생 안전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A씨는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하면서 느꼈지만 영국 내 한인을 앞장서서 보호할만한 민간단체가 없다. 봉사자나 기부금이 없어서 기존에 있던 단체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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