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체 신도시 개발론 다시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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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강남을 대체할 만한 수도권의 3기 신도시를 세우자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가 이를 적극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 측은 5일 "수도권의 택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선 시.군과 협의해 부지 물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정부가 분당과 일산 개발 이후 10년이 넘도록 강남을 대체할 만한 쾌적한 주거지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도권 곳곳에 무계획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섰다"며 "강남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려면 그만한 아파트를 더 많이 공급해야 하고 수도권 지역의 택지 개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 측은 난개발 우려를 없애고 도시의 자족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도시 면적이 적어도 분당 수준(600만 평)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8.31 부동산 대책에서 밝혔던 수도권 택지 공급 확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건의를 해 온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교부는 8.31 대책을 통해 연간 300만 평씩 5년간 1500만 평을 공급, 매년 30만 가구씩을 짓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송파신도시(205만 평) 건설과 김포.양주 신도시 확대(337만 평) 등으로 542만 평을 마련했을 뿐이다. 나머지 958만 평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내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택지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데는 건교부나 김 당선자 측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김 당선자 측은 새로운 대규모 신도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건교부는 기존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건교부도 새로운 신도시 건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환경 파괴에 따른 시민단체의 반발과 투기 우려 때문에 신중한 자세다. 강남을 대체할 만한 신도시가 건설될 경우 후보지는 서울공항과 과천.의왕, 하남 등의 주변 지역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8.31 대책 수립 과정에서도 강남 대체지 후보지로 언급됐었다.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서울 주변에 개발할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다"며 과천과 안양 사이 지역을 예로 들었지만, 과천시가 "IT밸리로 개발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가 시.군의 이해 관계와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조정하고 건교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건설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배 기자

◆ 신도시=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하는 택지개발지구 중 면적 100만 평이 넘는 곳을 말한다. 1기 신도시는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이며 2기 신도시는 판교.화성 동탄.김포.파주.수원 이의.양주 옥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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