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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처음학교로’ 참여?…원서접수 안 되는 유치원 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세 자녀를 둔 이모(36·서울 은평구)씨는 22일 새벽 유치원 온라인 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처음학교로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유치원에 원서를 접수하려고 하니 검색이 안 돼서다.

일반모집 원서접수 이틀째 #일부 유치원 정보만 제공해 #‘유치원에 문의’ 안내 나와

‘유치원 찾기 메뉴’를 통해 유치원 정보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원서접수는 불가능했다. 홈페이지에는 ‘원서접수 시 검색이 안 되는 곳은 유치원에서 직접 모집하거나 이미 모집이 완료된 곳이다. 유치원에 문의하라’는 안내 글이 게시됐다. 이씨는 “어차피 유치원에 연락해야 하는 거면 온라인 입학시스템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안내 글이 나오는 걸로 봐서 정부에서 사립유치원의 이런 행태를 용인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공영형 유치원인 명신유치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공영형 유치원인 명신유치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씨뿐 아니라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원서접수에 나선 학부모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처음학교로 사이트에서 유치원 정보만 제공하고, 원서접수가 안 되는 유치원이 다수 있어서다.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이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재정적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겉으로는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척하면서 정작 모집은 유치원에서 직접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4살 자녀를 둔 윤모(34·경기도 광명시)씨는 “경기지역은 안 그래도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라 사립유치원은 온라인으로 원서접수 할 만한 곳이 거의 없더라. 지난해처럼 유치원에 일일이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 모집정원을 확인하고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현재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처음학교로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모집요강 등을 올리지 않아 온라인 원서접수가 불가능한 사립유치원이 있는 게 사실이다”며 “이런 곳은 처음학교로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시도교육청의 재정적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학교로’ 홉페이지 캡처]

[‘처음학교로’ 홉페이지 캡처]

모집 첫날인 21일에는 접속자 수가 폭주해 처음학교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있었다. 올해 처음학교로는 전체 국공립유치원 4782곳 중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1곳을 제외한 4781곳이, 사립유치원은 4088곳 중에 2448곳(59.9%)이 참여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지난해 참여율(2.7%·115곳)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시도교육청이 처음학교로에 등록하지 않는 곳에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자 사립유치들이 대거 참여를 결정했다. 3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접수를 마치려다가 실패했다”며 “사립유치원 참여율이 높아진 만큼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학부모 수가 증가할 게 뻔한데, 이에 대한 대비를 안 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립유치원 10곳 가운데 6곳이 참여하는 2019학년도 온라인 유치원 원아모집 일반접수가 21일 시작됐지만,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처음학교로’ 홉페이지 캡처]

사립유치원 10곳 가운데 6곳이 참여하는 2019학년도 온라인 유치원 원아모집 일반접수가 21일 시작됐지만,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처음학교로’ 홉페이지 캡처]

학부모들은 지원횟수가 최대 3회(재원 중에는 2회)인 것도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지원한 3개 유치원에 모두 떨어지면, 추가 등록 연락이 올 때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쟁률이 높은 국공립유치원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세 곳 다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7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에 떨어질 걸 알면서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처음학교로 지원 횟수를 확대하거나 국공립과 사립으로 나눠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신입생 모집·선발·등록 등의 절차를 현장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입학 지원시스템으로 지난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일반모집 원서접수는 26일 마감되고, 결과 발표는 다음 달 4일 이뤄진다. 선발된 유치원에 등록을 원하는 학부모는 다음 달 5~8일 중에 완료해야 한다. 지원한 3개 유치원에 모두 선발되지 않으면 대기자로 전환되고, 지원했던 유치원에서 결원이 생기면 문자메시지로 안내된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대기자는 3일 이내에 해당 유치원에 등록해야 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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