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우회냐""대결이냐"막바지 절충|노-김종필 회담 정국물꼬 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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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이 중간평가 조기실시 방침을 굳히고 있어 정국이 냉각일로에 빠져있는 가운데 7일 열리는 노태우·김종필 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간평가를 반전시키거나 의미를 축소할 마지막 절충이 시도되기 때문이다. 3야당 가운데 민정당과는 가장 대화가 잘 통하는 정당인 공화당이 처음부터 강조해온 중간평가 부요론을 설득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향후 정국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측에선 중간평가 조기실시 방침은 확고부동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라면 만날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며 요식절차론을 애써 부인하고「공생공사의 심정」으로 최소한 중간평가의 의미라도 축소, 정면대결만은 피하고 싶은게 공화당측의 기대지만 그 전망은 비관적이다.
처음부터 중간평가 실시에 반대해온 김 총재는 여당의 조기실시론이 제기되면서는 『아직 평가할 대상이 없으므로 내년쯤 하는 것이 좋겠다』고 연기론을 주장해왔다.
이런 김 총재의 일관된 주장의 배경은 『이유가 안되는 것으로 국민의 생활이 불안해지고 민주화의 과정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겨도 문제를 남기고 지면 더 큰 문제를 남긴다』는 해석이다.
김 총재는 지난 4일 야3당총재회담의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상당히 강경한 말로 돼있으나 극단으로 가기를 원치 않는다』며 『상호 타협으로 가기를 원하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신임투쟁」쪽이 강조된 것이 아니라 「중간평가 연기」가 진짜 목표라는 것이다.
또 중간평가를 신임 국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부분도 『본인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 삽입한 것뿐』이라며 굳이 강요할 생각이 아님을 강조하고 『시기·방법·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밝히고 그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당부하는데도 정면돌파의 수단으로 삼는다면『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 야3당의 노 대통령 퇴진운동합의가 중간평가 연기를 위한 압력용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이번 청와대회담에서 강력하게 중간평가 연기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의 의사표시가 청와대측에 의해 성의있게 처리되지 못하자 청와대측의 메신저조차 거절해왔다.
그는 지난 유신시절 두 번에 걸친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음에도 국민과 야당으로부터 계속 공격을 받아 비극을 맞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중간평가가 %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해야할 일을 안 할 경우 지지율과 관계없이 또 다른 공격의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여권이 중간평가를 정국의 난제들을 모두 정면 돌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현재 여당의 발목을 묶어놓고 있는 『특위정국 마무리를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조치는 전두환·최규하 전 대통령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전·최씨의 증언에 대해 공화당은 이미 특위대표단의 방문청취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재는 이와 관련해 5공특위와 광주특위를 합동으로 특위마다 각 당1명씩으로 대표질문자를 선정, 비공개로 증언을 듣자는 구체적 제안까지 해놓았다.
4차 3김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직접 유형별로 분류, 지적했던 5공책임자 처리문제도 훨씬 후퇴한 선에서 절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의 3김회담이 끝난 뒤 김종필 총재는 『지난번(4차) 회담에서도 총재들 입에서 구체적 이름이 나온 일은 없다』고 부인하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 『처리방법은 시국과 국민의 마음을 풀고 화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알아서 하면된다』고 물러서 버렸다.
결국 전씨의 증언만 이루어지면 정면대결에서 스스로 빠져나갈 퇴로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무선에서는 영수회담에 대비, 김 총재가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원조·정호용씨 등 실세 또는 정치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김만제·정인용·이희성씨 등 법률적 사실적 책임자로 대신하는 절충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겼다.
이같은 관측은 6일 4당 총무회담에서 『청문회의 위증자 및 비리사실 관련자의 고발을 여당에 통고했다』는 합의문에서도 뒷받침된다.
김 총재는 여당이 자세를 재정립할 경우 충분한 정책적 뒷받침으로 정국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갈은 자신의 입장을 『1백만대군이 대치하고 있고 조금도 긴장완화의 보장이 없는 북한과도 「동반자」 운운하는데 국내에서 함께 진통을 겪으며 민주화의 노력을 하는데 동반하지 못하는 것은 가식』이라고 표현했다.
김 총재는 또 5공청산을 하고 나면 대통령이 『신임을 걸지 않고 국정을 걱정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순수한 중간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중간평가라면 협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 총재는, 여당에 넓은 퇴로를 열어놓고 그길을 노 정부가 선택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김 총재의 이런 제안들을 수용한다면 중간평가의 물줄기는 크게 바뀔 수가 있다.
김 총재의 의도대로 중간평가가 보류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5공청산조치가 부분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야당측이 굳이 불신임투쟁전선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김 총재만이라도 발을 삘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3야의 공동전선은 무너지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김 총재로서도 3야의 불신임투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될 것이다.
때문에 노·김종필 회담이 중간평가협상의 고비가 되는 셈이다. 노·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김대중 총재와의 회담에서도 기대될 것은 없다.
노 대통령 쪽에서는 현재로서는 중간평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을 설득할 작정이라고 한다. 중간평가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중간평가를 3야와 상관없는 정책평가로 조용하게 치르고자 한다면 노·김 회담에서는 전·최씨 증언 등에서 공약수가 마련될 수도 있다.
양측 모두 정면대결을 원치 않는다면 뜻밖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그나마의 의견차이도 좁히지 못하면 대결국면은 너무 뻔한 코스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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