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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쟁「중재 위」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나날이 늘고 있는 의료불만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서울YMCA시민 중계 실은 8일 오후 6시30분 의료분쟁 소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갖는다.
78년 4월 시민 중계 실이 개설된 이후 88년 말까지 접수한 의료관계 분쟁사례는 4백87건으로 해마다 약 20∼60%씩 증가하는 추세.
최근 3년(86∼88년)동안 접수된 2백51건의 의료분쟁사규 가운데 약 51%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료기술수준의 문제와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분쟁 77건 중에는 환자에게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다가 진단과오 등으로 상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바람에 환자가 사망한 사고도 6건이나 됐다.
종합병원의 경우는 의료체계가 분업화되고 복잡해 피해가 발생해도 그 해결 상태가 불분명한데다 별도의 해결 창구도 없으므로 분쟁해결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사고가 전체의 44%를 차지하며 그밖에 외과14%, 내과13%, 정 형 외과 8% 등의 순·진료 과정별로는 수술 및 처치과정의 과실이 53%이며 진단과실이 22%다.
그 피해 유형은 증세악화가 31%로 가장 많고, 후유증 및 재발 21%, 신체장애 20%이며 사망도 17%에 이른다.
이 같은 의료사고로 분쟁이 생겨도 피해보상 청구 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 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여건 등으로 말미암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민중계 실 이덕승 간사는『심각한 의료사고가 흔한데도 중재·소송 등 공식적 절차에 의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개별적·음성적으로 적당히 끝나 버리기 십상』이라며『신속·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의료분쟁 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으니 그 권한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85년 이래 이 위원회가 접수한 의료분쟁 사례는 7건뿐이고, 그나마 5건은 반려되는 등 거의 유명무실한 실정이므로 실효성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이은영 교수(외대)는『법적 권리·의무가 발생하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진료계약」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주장한다.
즉 의사는 진료계약을 체결한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성실히 진료할 의무를 지며,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술 등의 경우는 그 필요성·위험성·대체방법이 있는지 여부와 후유증·요양기간 등을 설명해 주고, 환자에 대한 진료경과를 상세히 기록하며 환자가 요구할 경우는 진료기록카드 및 검사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료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주 일어날수 있는 의료과실을 유형화 해 그에 해당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추정하고 공정한 의료감정기구를 두어 진료기록카드 및 검사결과 등을 검토하여 책임소재 및 손해배상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제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최근 대한의학협회가 제안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은 피해를 본 환자에 대한 보상 및 구제가 지금보다도 훨씬 어렵게 되어 있으므로 이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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