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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비유럽 외국학생 등록금 최대 15배 인상…韓유학생 “앞날 캄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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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교. [중앙포토, 사진 해당 학교 홈페이지]

프랑스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교. [중앙포토, 사진 해당 학교 홈페이지]

프랑스가 사실상 무상 교육이었던 프랑스 국립대학의 비(非)유럽국가 유학생 등록금을 내년 9월부터 최대 15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서 국립대에서 학부나 석ㆍ박사 과정에 유학하려는 한국 등 비유럽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현재 수준에서 최대 15배로 가량으로 급격히 늘게 됐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세금을 내는 프랑스 학생들과 같은 혜택을 주는 건 불공정하고, 국립대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비유럽국가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이 프랑스의 빈곤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비를 내는데, 프랑스 학생들의 부모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학부생의 경우 연간 2800유로(약 360만원), 대학원(석ㆍ박사) 과정은 연간 3800유로(약 49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외국인 학생들은 프랑스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소액의 등록금만 납부하면 국립대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현행 등록금은 학부과정은 연간 170유로(약 22만원), 석사과정 240유로(약 31만원), 박사과정 380유로(약 49만원) 정도다.

프랑스는 똑똑한 외국 유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대학을 질적으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립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유럽연합의 결속 강화를 위해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에게 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것이 옳다는 논리다.

프랑스 교육부는 이렇게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학생들이 내는 돈은 실제 교육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렇게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에게 거둬들인 돈을 국립대의 영어교육 및 외국어로서의 프랑스어 교육(FLE) 강화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 유학생들은 등록금이 갑자기 10∼15배 오른다는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프랑스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그런 점 때문에 유학을 결심했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다른 한 한국 유학생도 “학교에서 한국과 중국 친구들도 난리가 났지만, 아프리카 친구들은 걱정이 정말 태산이다. 등록금 인상을 신입생부터 적용한다는 건지, 재학생은 유예되는 건지 등 자세한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타격은 프랑스 외국 유학생의 4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세경 주프랑스한국교육원장은 “프랑스 대학은 국립대의 학비가 거의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그런 점이 사라지면 아무래도 우리 학생들의 유학 유인이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수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프랑스에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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