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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이제 "죽음의 강"인가|물고기서 수은 다량 검출|중앙대 손동헌 교수 팀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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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낙동강 유역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중금속인 수은에 크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중앙대 약대 손동헌 교수 팀이 최근 한국 수질 보전 학회가 주최한 학술 대회에서 발표한 「낙동강 유역의 수질 및 담수어 중 총 수은 함량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상수원인 안동호를 비롯, 낙동강 유역 12개 지점에서 메기 등 6종 1백24마리의 담수어를 채취, 수은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0·196PPM을 기록했다는 것.
특히 중류인 성주교에서 잡힌 메기의 경우 수은 함량이 최고 0.502PPM을 기록, 심각한 양상을 드러냈고 상수원인 안동호에서 잡힌 붕어의 경우도 최고 0·257PPM을 나타내 극심한 수은 오염도를 보여주었다.
유역별 오염도는 구미를 비롯한 중류에서 잡힌 물고기가 평균 0·25PPM으로 가장 함량이 높았고 안동호를 비롯한 상류 4개 지점과 김해를 비롯한 하류 4개 지점의 평균치는 각각 0·17PPM으로 나타났다.
어종별 수은 최고 오염도는 ▲메기가 가장 심해 0.502PPM을 기록했고 다음이 ▲붕어로 0·315PPM ▲모래무지 0.228PPM, 그밖에 뱀장어·문절망둑·피라미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것.
특히 메기의 경우 체중은 붕어의 1·2배지만 오염도는 평균치가 2·6배나 높았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물 밑바닥의 퇴적물 수은 함량이 어류의 수은 함량보다 높게 검출되는 사실로 보아 주로 바닥에서 서식하는 메기가 다른 물고기보다 훨씬 더 많이 오염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은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 폐수나 농약의 과다 사용 등으로 하천에 흘러들고 먹이사슬을 통해 어패류에 오염된 뒤 이를 사람이 섭취하면 구심성 시야협착, 운동 실조, 언어 장애 등 중추신경계 이상인 헌터 러셀 (Hunter-Russel) 증후군이 나타나는 무서운 중금속. 지난 몇년 일본 웅본현 미나마타 (수후)만의 주민들이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집단으로 수은 중독 증상을 나타내 미나마타병으로 이름 붙은 것은 유명한 사실.
낙동강 유역에서 이처럼 물고기가 수은에 크게 오염된 것은 구미를 비롯한 공단 지역에서 배출되는 공장 폐수와 광산 폐수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화학비료·화공약품 플라스틱 원료·합성섬유 등을 생산하는 화학 물질 종합 공장의 폐수가 하천에 흘러들어 황화수은 (HgS) 등의 형태로 침적되고 직접으로는 어패류에 오염되며 간접으로는 동·식물성 플랑크톤에 오염된 뒤 이를 섭취한 어패류로 옮아가는 것.
손 교수는 『동해 연안의 하천 담수어 중 총 수은 함량은 0·02∼0·15PPM인 것으로 보아 낙동강 유역은 인위적인 수은 오염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경청의 호소 수질 환경 기준에 따르면 1, 2, 3급 상수원수는 물론 2, 3급의 공업용수에서도 수은이 검출돼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으나 이처럼 낙동강 유역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오염도가 큰 것으로 보아 상수원에 크게 위협을 주고 있는 상태.
손 교수 팀은 낙동강 유역의 수질 및 담수어 중 수은의 농축계수 (수질의 수은 오염도에 비한 담수어의 수은 오염도)는 전지역 평균이 1대 773으로 물고기 측이 훨씬 높았으며 가장 계수가 높은 지역은 낙동 지역으로 1대 1033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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