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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회로 잇는 시냅스, 자꾸 쓰면 7080도 ‘기억력 회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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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28면

알고보면 쉬운 과학 원리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뇌가 판단하여 진행한다. 인체 중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곳은 뇌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럼, 이렇게 배우는 지식은 뇌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는 것일까?

신경세포 자극 땐 전압차이 변화 #시냅스 건너서 옆 세포로 전달돼 #전자회로 닮은 듯 다른 뇌세포회로 #덜 쓸수록 연결 자주 끊어져 퇴화

우리의 뇌 속에는 약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가 있다. 신경세포 중에서 뇌에 존재하는 것을 뇌세포라 부른다. 이러한 신경세포들은 혼자서 따로 있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어 신호를 주고받아야 비로소 일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을 담당하는 것은 ‘시냅스’다.

세포체·수상돌기·축색·시냅스 등으로 구성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림 1>에서 보듯이, 신경세포는 세포체(세포의 몸통)와 수상돌기, 축색, 그리고 시냅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체는 세포의 가장 기본적인 몸체이고 이 속에 세포핵이 들어 있다. 수상돌기는 다른 신경세포의 시냅스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축색은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주기 위한 통신선로다. 축색의 끝에 붙어 있는 시냅스는 다른 뇌세포에 신호를 주는 부분이다. 수상돌기를 통하여 들어온 신호는 세포체로 전달된다. 많은 수상돌기에서 들어온 신호는 세포체에서 하나로 종합된다. 이것이 축색을 거치고 시냅스를 통하여 다른 세포에 전해진다. 신경세포에 흐르는 신호는 전기적인 신호다.

신경세포의 내부는 평상시에는 음전하로 되어 있다. 음전하를 띄는 칼슘이온(Cl-)이 외부보다 많고, 양전하를 띄는 나트륨(Na+)과 칼륨(K+)이 적다. 그래서 신경세포에 자극이 없을 때는 내부가 외부보다 마이너스 전압을 유지한다. 그런데 신경세포는 자극이 들어오면 흥분된다. 여기서 자극이라는 것은 인간이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감각신호 또는 옆 신경세포가 전해주는 자극들이다.

신경세포가 흥분되면 외부에 있는 플러스 나트륨 이온(Na+)이 내부로 들어오면서, 세포 안팎의 전압 차이가 바뀐다. 이 전압차이가 변하면, 이 변화가 신경세포의 통신선로인 축색을 따라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전압 변화를 ‘활동전위’라 부른다.

활동전위가 축색을 따라서 이동하다 보면 축색의 끝에 도달하여 시냅스를 만나게 된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시냅스에는 ‘소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신경물질을 간직하고 있다. 시냅스에 활동전위가 도착하면 소포가 터지면서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 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이 물질은 시냅스를 빠져나가, 다른 세포의 수상돌기 벽을 자극한다. 시냅스와 수상돌기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다. 틈이 있기 때문에 전기 신호가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화학물질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자극받은 옆 세포의 수상돌기는 나트륨 이온(Na+)의 투과성이 높아져서, 나트륨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기 쉽게 된다. 세포 내부에 플러스 이온인 나트륨이 많아지면, 세포는 흥분되고 활동전위가 생긴다. 이렇게 생긴 활동전위는 다시 축색을 따라서 이동한다. 즉, 신경세포의 활동전위는 화학물질을 매개로 시냅스를 건너서 옆 세포로 전달된다.

시냅스는 어떻게 세포 사이를 연결하여 기억하게 해 주는가? 기억이 저장되기 위해서는 시냅스가 항상 연결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호랑이’라는 물체가 어떻게 기억되는지 알아보자. 뇌 속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있지만, 이것들은 처음에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 않다. 호랑이를 보게 되면, 이에 자극받은 신경세포가 흥분한다. 이 흥분 때문에 만들어진 활동전위 신호는 시냅스를 통하여 옆 세포에 전달된다. 그런 후에 시냅스 연결은 다시 끊어진다.

그런데 호랑이를 자주 본다고 가정해 보자. 앞서 살펴본 신호 전달 과정이 반복된다. 자극이 반복되면 시냅스 연결이 활성화된다.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하게 만들어진다. 연결이 강화되면 작은 신호가 들어와도 전달이 잘된다. 즉, 두 세포가 연결된 것이다. 이것이 호랑이를 기억하는 뇌세포회로가 된다.

근육세포처럼 계속 사용해야 기억력 쌩쌩

외국어 단어를 외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처음 그 단어를 볼 때는 암기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꾸 반복하면 기억이 된다. 뇌 속 어딘가에 그 단어에 해당하는 뇌세포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뇌세포 회로를 말하니, 자꾸 반도체 칩 속의 전자회로가 생각난다. <그림 3>은 전자회로의 스위치와 뇌세포의 시냅스를 보여 주고 있다. 칩 속에 있는 전자 소자들도 혼자 떨어져 있으면 독자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여러 개의 소자가 연결되어 회로를 형성해야 기능을 수행한다. 전자회로에서 소자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스위치다. 그래서 모든 전자회로는 스위치를 연결해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스위치들이 연결된 회로가 전기를 흐르게 하고 기억도 한다. 전기가 흐르고 기억하기 때문에 휴대폰에서 음악도 나오고 영상도 나온다.

우리의 뇌에서도 마찬가지다. 뇌세포를 연결하는 것은 시냅스이다. 시냅스에 의해서 뇌세포들이 회로를 형성한다. 이러한 뇌세포회로가 기억도 하고 몸을 움직여 행동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전자회로와 뇌세포회로에 큰 차이가 있다. 전자회로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저장된 기억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뇌세포회로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시냅스 연결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래된 친구의 이름을 잊어버린다든지, 또는 어떤 외국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현저하게 어휘력이 줄어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치다.

이제 우리는 기억한다는 것은 시냅스 연결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세포들처럼 신경세포도 계속 사용하면 세포가 계속 활성화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자꾸 사용하면 시냅스 연결도 잘된다. 나이가 70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시냅스 연결이 가능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만,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할 뿐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인공지능과 퍼지이론, 바이오정보, 미래예측 전문가다. 사단법인미래학회장과 국회미래연구원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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