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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왜 지금 전술무기 실험 참관?…강수 두되 수위조절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무기 관련 현지 지도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6일 발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며 실험에 대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어떤 무기인지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해당 무기에 대해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 데서 또 하나 커다란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이 소식은 2면에 절반만 싣고, 1면엔 김 위원장의 신의주 개발 관련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이 소식은 2면에 절반만 싣고, 1면엔 김 위원장의 신의주 개발 관련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쳐]

김 위원장이 무기 관련 현지 지도를 마지막으로 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실험 때다. 김 위원장은 이후 올해 1월 1일 신년사 발표 때부터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는 무기 관련 현지 지도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두고 양측간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미국이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통해 대북 제재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자 무기 실험 현지 지도라는 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접경도시인 신의주를 시찰하고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발하라며 건설 계획을 지도했다고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한 사진.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접경도시인 신의주를 시찰하고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발하라며 건설 계획을 지도했다고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한 사진. [노동신문 캡처]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그러나 지난해까지의 도발과는 차이가 있다.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수위 조절 장치를 여럿 해뒀다. 우선 북한이 밝힌 ‘첨단 전술무기’라는 문구에 힌트가 있다. 김정은 시대 핵ㆍ미사일 도발을 도맡아온 선봉은 전략군이다. 그러나 북한은 16일 무기 실험에 대해 ‘전술무기’라는 표현을 썼다. 김 위원장의 수행단 명단에도 전략군 사령관인 김락겸 등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가 16일 “전술무기라는 표현으로 미뤄 재래식 무기로 추정하고 있으나 ‘첨단’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이다.

북한은 또 이번 무기 실험에 대해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굳이 명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 무기 체계에 “생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직접 개발을 이끌었다”며 “유복자 무기와도 같다”는 표현을 썼다. 이어 “(김정일) 장군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도 언급했다. 대신 한ㆍ미를 직접 자극하는 발언은 일체 하지 않았다.

이번 무기 실험을 두고도 “우리 국가 영토를 철벽으로 보위”하는 것이라며 방점을 공격 아닌 방어에 뒀다. 즉 이번 무기 실험으로 한ㆍ미 양측에 일종의 ‘시위’를 하되, 이번 실험은 아버지의 유훈을 받든 것이고 방어력 강화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삭간몰 기지 등 북한이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기지를 계속 운영해왔다고 폭로한 것에 대한 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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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무기 실험 현지지도 소식은 노동신문 1면이 아닌 2면에 절반만 소화했다. 기존 무기 현지 지도를 각종 사진과 함께 1면부터 2~3개 면을 할애해 집중 보도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날 1면엔 김 위원장이 신의주시 건설과 관련한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실렸다. 현재 김 위원장의 우선순위는 신의주와 같은 북ㆍ중 접경지역의 경제발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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