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부른「부주의 운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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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겨울 유난히도 대형 해난사고가 잦다. 그에 따라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났다. 1월4일 대마도 근해에서 선원21명이 탄 오징어 채 낚기 어선 801원 경호가 실종된 것을 비롯, 22일 영국해역에서 한국 선원17명이 사망 실종한 세실 앙골라호 침몰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사고만 8건에 이른다. 이중 4건은 선원 85명이 구조됐으나 제7 창명호(1월14일), 개서린로스호(1월26일), 제701 오양호(2월8일), 앙골라호(2월22일)등 4건은 55명의 선원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러한 해난사고는 대부분 안전수칙 무시·당직근무 태만 등 단순한 운항부주의가 빚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또 피해보상도 사고원인 규명·실종선원 수색작업이 끝나야 시작되는 늑장 보상 협의로 유족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하기 일쑤다.
잦은 해난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무엇인지 알아본다.

<운항 부주의>
1월14일0시30분쯤 전남 여천 앞 바다에서 제주∼부산간 정기 여객선 카페리 퀸호와 제7창명호가 충돌, 창명호가 침몰하고 선원 12명이 실종된 것은 부주의가 낳은 대표적인 사고. 부산지구 해경 조사결과 이 사고는 여객선 당직선원이 창명호를 발견하고도「비켜가겠지」생각했고 창명호도 기관사·항해사 없이「장님 운항」을 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빚었다.
한국 선원 7명이 죽고 10명이 실종된 1월26일 일본 시모노세키항 북서쪽 13마일 해상에서 일어난 파나마 화물선 캐서린로스호(2천9백49t)와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셈바왕호(2천4백13t)의 충돌사고도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선박 전문가들은 항해상 부주의가 부른「인재」로 보고 있다.
캐서린호가 고철을 과적한데다 충돌 10분만에 침몰한 점으로 미뤄 첨단장비를 갖춘 선박이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면 도저히 일어날수 없는 사고라는 지적이다.
8일 경남 거제군 홍도 남방 해상에서 현대상선 소속 현대T1003호에 의해 예인돼 오던 2만6천t급 바지선과 충돌, 침몰한 부산선적 701오양호의 경우도 마찬가지.
예인선 당직자들이 오양호가 바지선에 받혀 침몰한 줄도 모를 정도로 안전운항에 소홀했던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드러났다.
8일 영국해역에서 침몰, 한국 선원 17명이 사망 실종한 앙골라호는 비록 폭풍을 만나 사고를 당했으나 사고 30시간 전 태풍 예고가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운항하다 참사를 빚은 것으로 알려져 안전 운항수칙만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니었는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보상문제>
사고 후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사망 실종선원 유족들의 보상문제 또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원인 만큼이나 유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실종 선원 수색이 끝나야된다』는 등 이유로 보상합의가 1∼2개월 이상 걸리기 일쑤인데다 해난 사고는 육상과는 달리 무과실 책임주의원칙에 따라 사망실종 선원 유족들은 일단 피해 선박의 선주로부터 법정 보상을 받고 피해 선박은 가해 선주와 별도 피해보상을 협의하게 돼있어 줄다리기를 하고있다.
현행 선원법은 선원이 직무중 실종될 경우 ▲기본급(급여75%이상)기준 36개월분 ▲기본급기준 3개월 범위 안의 행불 수당(사망제외) ▲기본급 1개월분의 장례비 ▲잃어버린 소지품에 대한 금액 등을 지급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피해선박이 ▲6천t이상일 때는 2만 달러 ▲6천t미만 1만7천 달러에다 ▲장례비 1천7백 달러를 추가 보상토록 규정하고 있다.
제7 창명호의 경우 유족들은 이같은 법적 보상금(2천만원선)과 별도로 1인당 1천만원 이상 위로금을 카페리 퀸호 선주인 국제 대호 개발 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이 1인당 6백 만원을 지급할 뜻을 밝혀 위로금 문제를 놓고 1개월이 넘도록 보상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대책>
해운 관계자들은 이같은 실정을 들어『선원법상의 해난사고 보상 규정을 보완하고 가해·피해 선주 양측이 참여하는 유족 보상에 따른 책임보험 형태의 해난사고 공동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난 심판원 관계자들도『안전점검·선원자질 향상을 통해 대형 사고를 막아야하며 선주와 선박회사들이 사고예방에 더 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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