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업무서 손 떼겠다" 친인척 비리로 위기 몰린 천수이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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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친인척 비리로 위기에 몰린 천수이볜(陳水扁.사진) 대만 총통이 정부와 집권 민진당(民進黨)의 일상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대만 최대 일간지인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천 총통이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에게 정부의 일상업무를 이양하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천 총통의 사위인 자오젠밍(趙建銘)이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최근 구속된 데 따른 위기 돌파용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관영 중앙통신(CNA)에 따르면 천 총통은 지난달 31일 밤 총통부에서 열린 당정 최고위층 회의 직후 서면으로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천 총통은 성명에서 "헌법이 부여한 총통의 직권 외에 당과 정부의 모든 권력을 철저하고 완전하게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의 모든 정책과 인사권은 행정원장이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선거운동을 비롯한 민진당의 당무에도 개입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위기 돌파용 꼼수 논란=당정의 일상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천 총통은 여전히 국방.외교 분야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국가원수의 자리를 유지한다.

따라서 천 총통의 이번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인 선언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야당들은 천 총통의 이번 조치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주석은 "그동안 헌법을 위배하면서 권력을 남용해 왔음을 스스로 공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친민당은 "이번 기회에 권력을 내놓고 천 총통은 물러나야 한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천 총통은 "나와 가족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친인척 비리가 이번 당정 일상 권한 이양 선언의 배경이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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