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내신 1등때 모의고사 성적은 '459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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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 [연합뉴스]

교무부장인 아버지로부터 내신 시험문제를 사전에 받은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가 내신 성적이 급상승한 같은 기간에 치렀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성적은 오히려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쌍둥이 중 언니의 국어 내신 성적은 전교 석차가 지난해 107등(1학년 1학기)에서 올해 1등(2학년 1학기)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수능 모의고사 국어영역 전교 석차는 68등(지난해 9월)에서 459등(올해 3월)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어 역시 내신 석차는 132등에서 1등으로 크게 올랐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학은 내신이 77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급상승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1학년 149등에서 2학년 121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쌍둥이 중 동생의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국어 내신 성적이 전교 82등(1학년 1학기)에서 1등(2학년 1학기)으로 오른 반면 모의고사 성적은 130등(지난해 9월)에서 301등(올해 3월)으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어도 내신 석차가 188등에서 8등이 됐지만 모의고사는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했다. 수학은 내신 265등에서 1등으로 올랐고 모의고사도 300등에서 96등으로 상승했다.

지난 8월 21일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에서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A씨에게 이같은 모의고사 성적을 제시하며 이유를 묻자 A씨는 “2학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모의고사 성적 하락에 대해선 “모의고사에 대비해 따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숙명여고 시험지 문제 유출 의혹은 A씨의 쌍둥이 딸이 지난 7월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나란히 문ㆍ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해당학교 학부모들은 1학년 1학기에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 성적이 단기간에 수직 상승하자 의혹을 제기했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 때는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는데, 1학년 2학기에는 이과 전교 5등과 문과 전교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고, 지난 학기에는 문ㆍ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하면서 문제를 사전에 인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특별 감사를 벌였던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A씨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6일 이 같은 혐의(업무방해)로 A씨를 구속했다. 쌍둥이 자매는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학교 측에 자퇴 의사를 밝혔다. 쌍둥이 자매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