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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데자뷔'된 투톱 경질…盧와 완전히 다른 선택한 文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의 경제 투톱 동시 경질은 15년 전 노무현 정부의 경제 투톱 경질을 연상시킨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수현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연명 사회수석.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수현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연명 사회수석.

2003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1기 경제 사령탑이던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을 사실상 동시 경질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설치된 장관급 정책실장과 기존의 경제수장과의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김&장’으로 불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의 경질 과정과 유사하다.

사실 투톱체제의 설계부터가 판박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진표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에 임명하고, 진보 성향의 학자였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에게 정책실장을 맡겨 경제의 큰 그림을 짜도록 했다. 하지만 그 결과 김 전 부총리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이 전 실장은 “법인세와 투자는 무관하다”며 1년 내내 갈등과 혼선이 계속됐다. ‘김 & 장’ 역시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견을 노출하다 결국 교체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백종천 안보실장, 성경륭 정책실장 등과 담화발표장으로 걸어가고있다.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백종천 안보실장, 성경륭 정책실장 등과 담화발표장으로 걸어가고있다.중앙포토

그런데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처방은 완전히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은 시장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그는 김진표 전 부총리보다 고시 기수가 7년 앞선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다시 불러들였다. 정책실장에는 이헌재 전 장관부다 7년 후배인 박봉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용했다. 주류 경제로의 전환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장악력이 강해진 내각에 확실한 ‘원톱’ 역할을 주겠다는 시그널이었다.

반면 문 대통령이 김동연 부총리 후임으로 임명한 홍남기 후보자는 전임 김 부총리보다 고시 기수가 3년 후배다. 반대로 김수현 정책실장은 대선때 문 대통령의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사다. 전임 장하성 실장보다 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깊다. 이 때문에 기재부에선 “기수까지 낮아진 홍 후보자가 기재부를 장악할지도, 더구나 경제운용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에서 역할을 했던 한 인사도 “자칫 투 톱 갈등이 재연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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