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민심] 농림차관 지낸 김주수씨 군수에 '소신지원'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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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5.31 지방선거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4년 농림부 차관을 지낸 김주수(54)씨는 고향인 경북 의성에서 군수로 나섰다가 패배했다. 지방자치 선진국은 중앙정부 고위직이 고향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많아 김 전 차관의 '눈높이를 낮춘 소신 출마'는 일찍부터 관심거리였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 전 차관의 출발은 순조로운 듯 했다. 그가 고향에서 군수를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1월. 28년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농림부에서 보낸 경험을 고향 발전에 바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전국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고향 어른들은 차관이 무슨 자리인지도, 30여 년을 떠나 있던 그가 차관을 지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주행거리 20만㎞를 훌쩍 넘기며 발로 뛰었으나 끝내 2600여 표 차로 분루를 삼켰다. 그는 "오직 봉사 일념으로 출마했는데 군수 선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명 추리소설가인 김성종(65)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시의원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김씨는 "시의회에 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지명도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나라당 바람에 밀리고 말았다. 김씨는 "선거 때라고 글 쓰는 일을 중단할 수 없지 않으냐"며 매일 오전 선거사무실로 나와 지역 신문에 연재 중인 소설 원고 8장을 탈고한 뒤에야 운동에 나섰다. 김씨는 '여명의 눈동자' '제5열'등 100여 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특히 '여명의 눈동자'는 방송 드라마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대전시의회 서구2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천하장사' 씨름선수 출신 이봉걸(49)씨도 낙선했다. 현역 시의원 한 명을 포함, 모두 4명이 나선 이번 선거에서 그는 유효투표 수의 23.9%를 얻었으나 2위에 그쳤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이봉수 김해시장 후보는 27.3% 득표에 그쳐 한나라당 김종간 후보(54.5% 득표)에게 패했다. 열린우리당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도 김해시에서 31.8%를 얻어 한나라당 후보(58.8%)에게 크게 뒤졌다. 열린우리당은 김해시 지역구 광역의원도 네 곳에 후보를 냈으나 완패했다.

송의호.최준호.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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