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 이익 + 배당금 … 세계 최고 … 현대모비스 '주주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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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2000년 초에서 2004년 말까지 5년간 전 세계에서 주주들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안겨 준 글로벌 기업으로 꼽혔다. 이 기간의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과 배당금을 합친 '총 주주 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일(한국시간) 전 세계 613개 글로벌 상장 기업들의 TSR을 분석한 '2005 가치창조기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가 2000~2004년 연평균 TSR이 65.7%로 1위였다. BCG의 가치창조기업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이 수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BCG는 2000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냈다. 현대모비스는 분석 대상으로 잡힌 기간에 주가가 6610원에서 6만5500원으로 약 10배나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2000년 공작기계.철도차량.컨테이너 사업 등을 정리한 뒤 자동차 부품 분야에만 집중 투자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의 성장과 맞물려 1999년 말 1조6000억원이던 매출이 2004년 말 6조4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게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BCG는 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기업에서 매출 성장이 TSR을 높인 가장 중요한 이유였으며, 당기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서 전체 10위 안에 든 한국 기업은 현대모비스뿐이었다.

사업 분야별로는 현대자동차가 연평균 TSR 30%로 자동차 분야 5위에 올랐으며, 신세계(40%)는 소매 분야 4위, 삼성전자(13%)가 기술기업 부문 5위를 차지했다. BCG는 분석 대상 기업을 12개 사업 분야로 분류했다. 이 중 화학.소비재.산업재.제약.엔터테인먼트 등 9개 분야에선 부문별 톱10에 든 한국 기업이 없었다.

2004년 말 기준 시가총액 250억 달러 이상의 대기업 중에서는 브라질의 광산업체인 CVRD가 연평균 TSR 49%로 1위였다. 다음은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30%), 다국적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29%)의 순이었다. 613개 기업 전체의 연평균 TSR은 -4%였다. 2000~2004년 5년 동안 주가가 뒷걸음질쳤다는 얘기다.

BCG는 "90년대 말 최고조에 이르렀던 금융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전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BCG는 "그러나 상위 25% 기업의 연평균 TSR은 21%에 달했다"며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 투자자들이 우량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데다 이들 기업이 자사주 매입 등을 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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