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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망 여아' 엄마 아이와 반대편에서 시신으로 왜

중앙일보

입력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딸 장모(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지 3일 만이다. 8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6시 39분쯤 제주항 동부두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실종된 아이 엄마 장모(33)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시신은 엎어진 모습으로 방파제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감색 꽃무늬 잠바에 검은색 레깅스를 신고 있는 상태였다. 낚시꾼이 방파제를 넘어가다 시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소방 119구조대와 함께 시신을 육상으로 인양했고, 제주 시내 병원에 안치시켰다. 특이한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전신 부패가 진행돼 시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해경은 장씨의 지문을 채취해 지문 감정을 벌인 결과 실종된 아이 엄마인 장씨임을 확인했다.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 해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제주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숨진 모녀는 지난 2일 오전 2시쯤 제주시 용담동의 바다로 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때가 해경이 확인한 장씨와 딸의 마지막 행적이다. 이곳에서 사라진 두 사람이 반대편에서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양의 시신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갯바위에서 나왔다. 모녀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해안을 기준으로 15㎞가량 서쪽 방향이다.

장씨 모녀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 최충일 기자

장씨 모녀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 최충일 기자

반면 엄마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딸과 반대편인 동쪽으로 약 5㎞ 떨어진 제주항 7부두 하얀 등대 방파제 부근이다. 문재홍 제주대학교 지구해양학과 교수는 "연안의 조류나 해류 흐름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한 명은 물에 빠진 후 바로 조류의 영향을 받고, 다른 한 명은 갯바위 등에 몸이 걸린 상황에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조류의 영향을 받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세화포구 실종 여성도 제주도 반 바퀴를 돌아 서귀포시 가파도 해상에서 발견돼 타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장씨 모녀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 최충일 기자

장씨 모녀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 최충일 기자

모녀가 제주에 왜 왔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장씨는 지난달 31일 딸과 함께 제주에 입도했다. 딸이 어린이집을 마친 후 김포공항을 통해 제주를 찾았다. 서울-제주 편도티켓만 끊은 채였다. 당시 장씨는 함께 사는 부모님에게 제주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딸이 없어진 것을 안 장씨의 아버지는 파주경찰서에 딸에 대한 가출(실종)신고를 했다.

제주에서 사망한 장모씨를 찾기위해 제주 해안가를 수색중인 경찰.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사망한 장모씨를 찾기위해 제주 해안가를 수색중인 경찰. 최충일 기자

제주에 온 장씨 모녀는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제주시 삼도동의 한 모텔에서 이틀간 지냈다. 모텔 욕실에서는 번개탄에 그을린 흔적 등이 나왔다. 모텔을 나온 모녀는 지난 2일 오전 2시 31분쯤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7분이 지난 2시 38분쯤 제주시 용담동의 서해안로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내렸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이날 오전 2시 47분쯤 장씨는 딸을 안고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갔다.

제주에서 실종된 장모씨가 딸을 안고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를 서성이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제주에서 실종된 장모씨가 딸을 안고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를 서성이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하지만 다시 올라온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등 그 이후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시간대에 관광이나 차를 마실 목적으로 장씨가 어린 딸을 데리고 이곳을 찾았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관광지와 카페 등 상가가 대부분인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는 해가 진 새벽 시간 대부분 문을 닫아 인적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제주 해안가 여아 시신. 최충일 기자

제주 해안가 여아 시신. 최충일 기자

해경은 8일 엄마 장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했다. 앞서 6일 실시된 숨진 장양에 대한 부검과 같이 익사추정 부검의의 소견이 나왔다. 폐기종 및 흉부에 많은 물이 고여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익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검의의 소견이다. 정확한 사인은 플랑크톤 검사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와야 한다. 사망 시점은 모녀의 마지막 행적이 발견된 2일 새벽 무렵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제주 해안가 여아 시신. 최충일 기자

제주 해안가 여아 시신. 최충일 기자

정홍남 제주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은 “범죄연루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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