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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그림 놓고 독-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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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터 파울 루벤스(1577~1640)의 그림 한 장을 놓고 러시아와 독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문제의 작품은 권력자의 능욕에 자살로 저항한 전설상의 고대 로마 여인을 다룬 루벤스의 '타르크빈과 루크레티아'. 루벤스의 초기 대표작으로 금액으로 따져도 시가 9천5백만달러(약 1천1백억원)로 평가받는 대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베를린 근교의 한 성(城)에 소장돼 있었으나 이곳에 진주한 소련군 장교에 의해 러시아로 옮겨진 뒤 자취를 감췄다.

2차대전의 혼란 속에 사라졌던 루벤스의 그림은 e-메일 한 통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초 '러시아 사업가 컨소시엄'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독일 포츠담 미술관 앞으로 "루벤스의 작품을 팔고 싶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1942년까지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미술관 측은 메일에 첨부된 작품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진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후 독일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러시아 정부에 정식으로 반환 요청을 했다. 독일 정부의 요청을 받은 러시아 정부는 "마피아로부터 루벤스 작품을 압수해 인도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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