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로 치달은 조계종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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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교 조계종 전국 승려대회가 25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선방의 수좌들과 소장 승려들이 주축이 되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승려대회는 현재 불교계가 겪고 있는 종권 다툼에 따른 파당싸움을 불식시키고 종단을 정화하겠다는게 그 개최 명분이다.
전국 승려대회 준비위원회(대회장 김월용)는 승려대회 취지문에서『수도와 포교에 전념해야하는 승려들이 근본 이념을 망각하고 종권을 탈취하기 위해 파당을 형성하여 종단을 아비규환의 상태로 몰아넣어 불자들의 염려가 커졌다』고 밝히고『이를 수습해야할 종회 지도층 스님들이 수수방관하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취지문은 이어『우리는 이제 더 이상 원로·중앙 종회·종단 중진스님들을 믿고 기대할 수 없어 전 승려가 한곳에 모여 부패와 무능과 오욕에 찬 승단을 정화하고 전 종도의 뜻에 따라 이 땅에 전통이 회복된 불교 교단을 세우려 한다』고 선언했다.
전국 승려대회는 대회과정에서 ▲조계사 총무원 집행부 퇴진 ▲봉은사 총무원 집행부 퇴진을 결의하고 ▲새 총무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전국 승려대회 추진 세력은 현재 종헌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중앙 종회에서 선출하여야 하나 비상시기임으로 전국 승려 대회가 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승려대회는 지난 해 봉은사 사태로 불교계에 폭력사태가 빚어지고 현 서의현 총무원장에 대항하여 봉은사에 변밀운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하는 새 총무원이 생겨나는 등 내분이 극에 이르는 상황 때문에 태동되었다. 이같은 내분으로 인해 불교계는 종교 본연의 여러 가지 활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승려들의 품위도 떨어지는 사태를 겪어왔다.
조계종은 이번 전국 승려대회가 종단 일각의 움직임이어서 전체 종단에 큰 영향력이 없다는 판단을 하는 측과 호응세력이 많아 불교계 전체를 뒤흔들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회가 어떤 규모로 열리고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전국 승려대회는 오는 3월초로 예정된 조계종 정기 중앙 종회에 큰 영향을 미쳐 종단의 쇄신을 요망하는 주장들이 강력히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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