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1분기 취업자 증가율 0%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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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공고 살피는 구직자들 [자료사진 중앙포토]

채용 공고 살피는 구직자들 [자료사진 중앙포토]

 내년 1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0명'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 상반기 고용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정부와 청와대 예측과는 다른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년 1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0명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의 전망치대로 내년 1분기 취업자 증가율이 0%대를 기록하면 2009년 1분기(-14만명)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내년 1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도 올 4분기와 같이 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돼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 상황이 적어도 내년 1분기에서 길게보면 상반기까지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상고하저(上高下低)'추세였다면 내년에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가 예상한 내년 취업자수 증가폭은 10만명 안팎이다.

내년 상반기 고용전망이 어두운 원인에 대해 KDI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연말 고용상황이 전혀 나아지 않았다는 것을 꼽았다. 앞서 KDI는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취업자수가 7만~7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분기까지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기록 중인 것을 감안해 4분기 취업자가 사실상 0명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KDI전망대로라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2009년 8만7000명 감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1~3분기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약 1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4분기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제조업·서바스업의 부진과 노동시장 경직성 같은 구조적 문제도 내년 고용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또 근로조건의 경직성, 일자리 미스매치도 고용이 확대되지 못하도록 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김 부장은 “투자 부진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면서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이러한 현상이 기업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고용상황도 안 좋아지고 있다”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개혁,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에서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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